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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법 조항에 혼란 여전

입력 | 2016-10-27 03:00:00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원활한 직무수행 등 헷갈려”
권익위 문의글 2300개 쌓여… 부담없는 만남-선물도 안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끓어올랐던 국민적 관심은 한 달 만에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법 적용 대상자들과 일반 기업 등은 모호한 법 조항에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26일 네이버와 구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의 검색량 추이(법 시행 전후 한 달씩 기준)는 지난달 28일 법 시행 당일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달 28일의 관심도가 100(상대치·검색 활성화 정도를 보여 주는 상대적 지표. 가장 높은 순간이 100)으로 가장 높았지만 21일 이 수치가 12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의 검색량도 지난달 26일 100(상대치)이었지만 17일 12로 떨어졌다. 법에 차분히 적응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 기관과 업체 등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탁금지법 문의 게시판에는 법 해석을 요청하는 질문이 계속 쌓이고 있다. 법 시행 직후부터 26일까지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 2300여 개 중 제목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제공’(310개), ‘대상’(302개), ‘외부 강의’(283개), ‘행사’(239개), ‘식사(175개)’ 등이다. 지방자치체나 공공기관 또는 이들을 상대하는 기업들이 이런 질문을 올리고 있다. 특히 8조 3항에 포함된 ‘원활한 직무 수행(2호)’ ‘정당한 권원(3호)’ 같은 모호한 개념이 대상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대기업 법무팀의 변호사 A 씨는 “법에서는 사회 상규를 벗어나지 않으면 예외라고 하는데 권익위원장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도 안 된다’고 하니까 현장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모호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법과 연관된 사람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의 부담 없는 만남도 피하고 있다. 특별한 날 가격에 맞는 선물을 해도 되는데 아예 안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복지부동’ 속에 일부 선물용 고급 상품은 가격과 매출 면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교수(법학과)는 “법은 수십 년 동안 사례와 판례가 쌓이며 완성되는 것인데 청탁금지법은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많은 법인 데다 모호한 해석이 많아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된 정착을 위해서는 법을 구체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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