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는 도면(위쪽)에 나온 포인트에 알루미늄 테이프를 부착하면 주행 성능이 개선된다고 밝혔다. 이 테이프를 자동차에 붙인 모습(가운데). 1839년 찰스 굿이어가 ‘가황(加黃) 고무 제조법’을 발명했다. 발명 장면을 그린 삽화(아래쪽). 도요타자동차·굿이어타이어 제공
석동빈 기자
기자는 9월 중순 인터넷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접했지만 믿지 않고 있다가 도요타가 한국에도 특허(출원번호 10-2016-7011505)를 출원했고 이미 여러 종류의 모델에 적용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도요타가 주장하는 알루미늄 테이프의 원리는 차체에 발생하는 정전기를 방전시킴으로써 공기 흐름을 안정화해 직진성과 고속주행 안정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현상을 발견한 과정입니다. 도요타 연구원들은 4년 전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차체에 다양한 계측기를 부착하고 달리면 주행질감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흘려 지나칠 수 있는 이 부분을 물고 늘어져 결국 이유를 밝혀냅니다. 계측기 배선이 너덜거리지 않도록 차체 표면에 부착하는 데 썼던 알루미늄 테이프 때문이었다는 것이죠.
이를 연역적으로 연구해 들어간 결과 그동안 무시했던 차체 표면의 정전기가 고속주행 중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적절한 위치에서 금속으로 방전시켜주면 적은 비용으로 차체의 움직임을 보다 안정시킬 수 있다는 발명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사소하고 우연한 것을 놓치지 않고 미련해 보일 정도로 파고들어 위대한 발명의 나비효과를 가져온 사례는 자동차에 많습니다. 1839년 2월 몹시도 추운 어느 날, 미국 매사추세츠의 소도시 우번. 38세의 찰스 굿이어는 실험실로 쓰는 헛간에서 고무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10여 년간 생고무에다 질산 산화납 솔벤트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섞어가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던 그는 가산은 물론이고 건강까지 거의 탕진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고무는 방수가 필요했던 배낭이나 장화 비옷 등에 활용됐지만 너무 물러서 쉽게 마모되고 여름철에는 녹아내려 실용성이 떨어졌습니다. 탄력성을 유지하면서도 단단하고 내마모성이 뛰어난 고무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는 이날 유황을 배합한 생고무를 만지작거리다 실수로 뜨거운 난로 위에 떨어뜨렸습니다. 독한 냄새를 내며 검게 탄 고무를 떼어내려 한 그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동안 수백 차례 실험하며 갈구했던 꿈의 성질을 가진 고무가 탄생한 겁니다. 유황을 섞은 천연고무에 열을 가해 단단하게 만드는 ‘가황(加黃) 고무 제조법’은 타이어의 발명으로 이어져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미국의 타이어회사인 굿이어는 안타깝게도 찰스 굿이어가 세운 것은 아닙니다. 1898년 프랭크 세이벌링이 고무회사를 설립하면서 굿이어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만 따온 것이죠. 찰스 굿이어는 특허 소송에 휘말려 발명의 과실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불우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발명은 거대한 자본과 뛰어난 연구 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는데 도요타의 연구원들은 과거처럼 사소한 것에서 발명을 해내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 우리가 찾는 모든 해답은 의외로 스쳐지나가는 주변의 작은 것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