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유출경로 드러나나
軍장성과 함께 최순실 파문으로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변경 신고를 받은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이범림 신임 합동참모본부 차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박 대통령, 원인철 신임 공군작전사령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최 씨의 태블릿PC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법인 명의였고, 이 법인 대표가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행정관으로 확인됐다고 jtbc가 26일 보도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이 개통한 태블릿PC를 통해 청와대 문서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SNS 팀장을 맡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뒤 행정관으로 임명돼 뉴미디어실에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jtbc에 따르면 최 씨 태블릿PC에 깔려있는 카카오톡의 친구 명단에는 김 행정관이 ‘한 팀장’이라는 애칭으로 저장돼 있었다. 최 씨가 김 행정관에게 ‘하이(Hi)’라고 격의 없이 인사할 만큼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로 추정된다고 jtbc는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 행정관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문서 작성자 ID가 정호성 최순실 씨 태블릿PC 속 청와대 내부 문건을 마지막으로 저장한 게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 아이디인 ‘narelo’로 등록돼 있다. jtbc 화면 캡처
인사 검증과 내부 감찰 업무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전직 공무원 출신 C 행정관과 D 행정관 등이 ‘최순실 라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뿐 아니라 박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윤전추 행정관이 ‘핵심 실세’라는 얘기도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최 씨의 비밀 의상 제작실에서 박 대통령의 의상을 챙겨오기도 한 윤 행정관을 최 씨가 추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 집권 44개월간 청와대의 보고 및 의사결정 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이들은 권력 운용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원칙’이 무너진 점을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 때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문고리 3인방 등 소수 인원만 박 대통령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장관들이 처음에 정 비서관에게 박 대통령 대면보고 시간을 잡아 달라고 요청하다가 몇 차례 정 비서관에게서 ‘그냥 보고서를 올리라고 합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다음부터 대면보고를 요청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주로 전화로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현 청와대에선 연설기록비서관조차 박 대통령을 대면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 씨가 광범위하게 국정에 개입할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