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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실험실]‘강한 아름다움’ 걸 크러시 영화는 현실의 거울

입력 | 2016-10-27 03:00:00

진취적 여성캐릭터 현실에선…




영화 속에 나온 진취적 여성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 ‘타짜’의 김혜수, ‘암살’의 전지현, ‘그래비티’의 샌드라 불럭(위쪽부터). 동아일보DB

《진취적인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진취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적극적으로 나아가 일을 이룩하는’ 정도다.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이런 여성을 형상화할 몇 가지 실마리는 있다. 9월 여론조사회사인 한국갤럽과 스킨케어브랜드 아티스트리는 25∼44세 여성 319명을 대상으로 ‘영화 속에서 진취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역할(배우)은 누구인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영화 ‘암살’(2015년)에서 전지현이 맡은 여성 독립운동가 안옥윤 역이 47.6%로 압도적 1위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의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와 ‘타짜’(2006년) 중 김혜수의 정 마담 역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영화 ‘그래비티’(2013년)에서 샌드라 불럭이 연기한 스톤 박사는 4위를 차지했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올해 극장가에서도 여성 캐릭터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캐롤’ ‘서프러제트’ ‘고스트버스터즈’ ‘아가씨’ 등이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CGV에 따르면 남녀 관객 비중은 ‘캐롤’이 여성 73.35% 남성 26.65%, ‘아가씨’가 여성 66.01% 남성 33.99%, ‘서프러제트’는 여성 80.01%, 남성 19.99%로 여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CGV 관계자는 “여성 캐릭터가 주연이거나 지나치게 비중이 높을 경우 오히려 여성 관객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을 앞세운 영화들이 흥행에서도 선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는 유독 외모 지상주의가 강하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들은 외모(30.1%)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착한 성품(28.5%)뿐 아니라 자신감, 능력, 독립심, 정의로움 등 진취적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선택한 비율이 38.8%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서는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아름다움에 투자할 수 있는 1000만 원이 생겼을 때 어디에 투자하겠느냐’는 것. 여러 항목 중 취미활동·여행이 320만 원으로 1위였다. ‘지식습득·자기계발’과 ‘운동·다이어트’가 157만 원과 131만 원으로 각각 2위와 3위였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화장품 구입·피부 관리와 성형수술은 각각 109만 원과 64만 원에 그쳤다. 봉사활동·기부도 94만 원이나 됐다.

 아티스트리는 “취미활동과 지식습득, 봉사와 기부 등 내면적 성장을 위한 투자액이 높고 성형수술이 낮아 의외였다”고 밝혔다.

 김기헌 문화평론가는 “영화와 드라마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며 “여성 주인공 캐릭터가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도 그런 여성이 많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은 씨는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직도 강한 게 사실이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예쁘면서도 강한 캐릭터가 되고 싶어 한다”며 “그래서 강하고 지적인 배우나 가수를 롤 모델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