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43).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넥센은 27일 “장정석(43) 운영팀장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발표했다. 계약조건은 3년 총액 8억원(계약금·연봉 2억원). 2003시즌이 끝나고 KIA에서 은퇴한 뒤 현장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2005년부터 현대와 히어로즈에서 프런트로 일하며 구단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운영팀장을 맡아 선수단과 프런트의 가교 역할을 했다. 감독 선임 발표 직후 구단 점퍼를 입고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낸 장 감독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야말로 파격적인 선임이라는 평가다.
“어제 이장석 대표님께 소식을 들었다.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인데, 나라고 안 놀랐겠나. 어제도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운영팀장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대표님께서 부르셔서 평소와 같이 자연스럽게 방에 들어갔는데, 감독 제안을 하셨다. 정말 깜짝 놀랐다.”
“2003시즌이 끝나고 KIA에서 은퇴한 뒤 2005년에 전력분석팀으로 왔다. 이후 쭉 프런트로만 있었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이 하얗다. 앞으로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훌륭한 코치님들이 많이 남아계실 것이다. 우리 시스템이 많이 안정돼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정착되면 좋을 것이다.”
- 이 대표가 어떤 말을 해줬나.
“대표님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 서로 믿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어제 믿음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여러 말씀을 하셨는데, ‘믿음’이라는 말씀에 감동을 받았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넥센이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나.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몇 년간 가을야구를 계속했고, 이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우리 시스템이 안정돼있고, 선수층이 두텁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제는 내 야구가 아니라 ‘우리 야구’를 해보고 싶다. 그렇게 내년 시즌을 맞이한다면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감독님(김시진·염경엽)을 모셨다. 내가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았지만, 등 뒤에서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 불만을 가졌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좋지 않았던 부분은 빼고, 선수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생각하겠다.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에 자신감이 있다. 또한 현장 경험을 하면서 메이저리그(ML) 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국제팀과 많이 분석했다. 그런 시스템 야구를 우리가 시행하고 있다. 그 토대가 되는 부분을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이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 장정석 감독의 야구는.
“이 자리에서 내 야구가 무엇인지 말씀드리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어제 제의 받고 잠을 한 숨도 못자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중심이 되는 야구를 하면서 체력과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선수들이 피로누적에 따른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일부러 오늘 코치님들 만나지 않았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기존 코치님들과 연락을 했는데, 오늘은 어색할 것 같아 피했다. 오늘은 대표님께서 코치님들과 미팅을 했다. 코치진 개편이 확정되면, 내년에 어떻게 구상할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가족들도 ‘장난하지 말라. 발표되면 확인하고 연락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전화기에 불이 나고 있다. 얼마 전 부친상을 당했는데,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항상 야구를 혼자 보시는데, 그 때마다 아버지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신다. 지금도 어머니가 울고 계실 것 같다.”
-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고 싶다. 개인보다는 ‘우리’와 ‘우리 팀’을 강조하고 싶다. 그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나를 동네 형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했으면 좋겠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