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요즘은 야구장이 테마파크 수준으로 좋아졌어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니면서 야구팬이 됐습니다. 요즘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풀장, 놀이기구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도 함께 가고 싶어 해요.”―한민수 씨(38·자영업)
“회사 문화 중 야구장에서 하는 회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술을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되는 데다 함께 야구를 즐긴다는 것만으로 더 친해지는 느낌이니까요.”―이경민 씨(26·회사원)
“가장 신날 때는 날아오는 파울 타구를 잡을 때예요. 아예 글러브를 가져가서 제 쪽으로 오는 공은 거의 다 잡죠. 그렇게 잡은 공이 집에 몇백 개는 됩니다.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하는 것)’의 특권 중 하나가 바로 야구공 잡는 재미죠.”―장인덕 씨(48·수산업)
“소리 지르러 가요. 야구장엔 마음껏 소리를 지를 기회가 많잖아요. 상대 투수가 1루로 견제구를 날리면 ‘인마’라고 큰 소리를 친다거나, 벤치클리어링(집단 몸싸움)이라도 일어나면 시원하게 상대편 욕을 하기도 하죠. 선수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스트레스는 확 풀려요.”―장미선 씨(29·회사원)
“7월에 맥주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뜨거운 함성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곳은 야구장 말고는 없어요. 다음 시즌부터는 독특한 의상을 입고 다닐 생각입니다.”―김수현 씨(29·아르바이트생)
“야구만큼 인간미 넘치는 스포츠가 있을까요. 열 번 타석에 들어서서 세 번만 안타를 쳐내도 우수한 선수로 평가받잖아요. 성공만이 인정받는 요즘 세상에 좀처럼 볼 수 없는 특별함이죠. 규칙도 상당히 인간 중심적이에요. 공이 아닌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를 내는 스포츠는 없으니까요.”―김철순 씨(54·회사원)
“야구만큼이나 야구 만화를 흥미롭게 봅니다. 저희 홈페이지에서도 ‘프로야구 야매카툰’을 올해 110여 편 연재하고 있죠. 승부 조작, 금지 약물처럼 민감한 이슈도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해 만화 한 컷으로 요약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김정학 씨(39·야구 통계 사이트 ‘KB리포트’ 편집장)
“올해부터 잠실야구장에서는 오후 10시 이후엔 확성기 사용이 금지됐어요. 육성으로만 응원을 이끌어가다 보니 힘들 때도 있죠. 하지만 관중이 경기 끝난 후 수고했다고 응원단 이름을 한 명 한 명 연호해 주실 때면 피로감은 다 날아갑니다. 체력만 된다면 응원단 일을 평생 하고 싶네요.”―한재권 씨(38·두산 베어스 응원단장)
“관중은 그라운드 키퍼(경기장 정비 직원)가 클리닝 타임(5회 종료 후 경기장 청소 시간) 때 나와서 경기장을 정리하고, 비가 오면 방수포를 까는 모습만 주로 보실 수 있죠. 하지만 저흰 경기 전후에 더 바빠집니다. 몇 시간 일찍 출근해 베이스 선을 긋고, 경기가 끝나면 흙과 잔디를 정비하죠. 경기가 없을 때에도 날씨에 따라 잔디 상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요. 완벽하게 정비한 경기장에서 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나오는 실책이 단 한 개도 없는 경기를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김모 씨(42·그라운드 키퍼)
“농아원에 자원 봉사를 하러 오던 형이 제가 야구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고 청각장애인 야구 동호회에 데려가 줬어요. 그렇게 야구를 시작한 지 3년이나 됐습니다. 청각장애인이라서 생기는 제약은 전혀 없습니다. 야구는 사인(sign)의 스포츠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 전달이 가능해요. 야구를 통해 장애를 잊고 생활에 활력을 얻는 것 같아 좋아요.”―한모 씨(24·위비스 야구단 소속)
“여자 야구 동호회에서는 경기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7회까지도 다 소화를 못해요. 하지만 더 아쉬운 건 경기장이나 연습장조차 부족하다는 겁니다. 서울에 연습할 공간은 거의 없어요. 2시간 야구를 즐기자고 서울에서 경기 남양주, 구리까지 무거운 장비를 들고 가야 하는 게 서글프죠.”―김은주 씨(39·퀄리티스타트 여자 야구단 소속)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몇 안 되는 호황 아이템이 바로 야구입니다. 스크린 야구장이 창업 아이템으로서도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예요. 저희 스크린 야구장의 경우 실제 투수와 타자 사이 거리인 18.44m를 구현했고,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피칭머신을 갖춰 진짜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해 애호가들의 호응이 뜨겁습니다.”―변재영 씨(스크린 야구장 ‘리얼야구존’ 마케팅팀)
“야구장 맥주 매출은 전체 맥주 매출의 1% 이하입니다. 하지만 홍보 측면에선 매출 이상의 효과가 있어요. 역동적이라는 상징성을 띠게 되고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맥주 판매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경기 결과를 점수로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카스포인트나, 선수들의 사진이 그려진 스페셜 패키지 맥주를 통해 야구 마케팅을 다양하게 펼칩니다.”―이은아 씨(39·오비맥주 홍보팀)
“야구팬층이 두꺼워지면서 야구와 관련된 상품들로 자신의 팬심(Fan心)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그런 팬들을 위해 우산, 가방 같은 생활용품에 구단 로고나 캐릭터를 입혀 평소에도 특정 야구팀 팬임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들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손규범 씨(37·FSSNL 사업지원팀)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성 야구팬입니다. 프로그램에 실제 프로야구 정보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성적을 주기적으로 게임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구단별 경기 상황이 갱신되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알림을 보내고 있죠.”―손영준 씨(33·모바일 게임 ‘컴투스 프로야구’ 국내마케팅팀)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