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경제부 기자
그가 최근 사의를 밝히자 업계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12월 30일로 예정된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구 KDB대우증권)의 합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홍 사장을 중용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증권업계에서는 회사가 새 주인을 찾고 지배구조를 갖춰 가는 상황에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홍 사장이 거취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합병(M&A)은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홍 사장이 이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가 홍 회장의 퇴진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겨울을 앞둔 여의도 증권가에 감원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불안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수년째 이어진 대형 증권사들의 M&A 여파로 증권업계는 희망퇴직이나 신규 채용 감소 등의 여진을 겪고 있다. 증권사는 몸집을 키우지만, 직원들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다. 수익이 감소하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온라인 주식거래 등이 늘면서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 또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력과 자본이 핵심 경쟁력인 증권사의 종사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종사자 수가 감소하면 인재풀이 쪼그라들고 좋은 인재가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불안한 고용 환경이 지속되면 우수 인재 유치도 어렵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는 실력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정보기술(IT)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고 IT 기술 인력을 대대적으로 영입한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 아닐까.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