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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서울!/김은홍]흔들리는 마음 잡아주는 삶의 여유

입력 | 2016-10-29 03:00:00


 누구든 잘 먹고 잘 살기 위하여 일을 한다. 매일매일 주어진 과제는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고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지도 않다. 정답도 없으며 채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 잘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까? 문득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TV를 보면 모든 걸 뒤로한 채 산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지 못하는 것일까? 또 어떤 사람은 좋은 집에 좋은 차에 격이 다른 생활을 한다. 그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인가?

 나 또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전주, 이곳에 내려와 땀 흘리며 살고 있다. 오너 셰프라지만 팬만 돌릴 수는 없다. 낮에 첫 손님을 받지 못할 때도 있어서 마음이 시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분 전환 겸 가끔 다른 것에 눈을 돌리곤 한다. 쓸데없이 손재주가 많아 요즘은 요리 말고도 이곳저곳 목(木)공사도 해주고 다닌다. 어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있나. 가끔 불량식품도 먹고 가끔 매운 것도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가장의 입장에서 ‘손님이 없으니 이번 달은 굶자’라고만 할 수 없는 게 일터다. 아내는 이런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왜? 힘들지 않아? 쉬어야 하지 않아?”라며 걱정 반 한숨 반으로 이야기한다.

 하루하루 찬바람이 난다. 곧 시큰한 바람이 불 것이고 그 다음엔 하늘에서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릴 것이다. 이곳에서 4년을 보낸 나는 벌써 두렵다. 4년 전보다야 무너질 정도로 찾아오시는 분이 많지만 그냥 겨울이 되면 춥고 춥다. 우리네 젊고 가난한 상인들은 언제쯤 다음 달을 걱정하지 않고 미리 저축해 두지 않아도 여유 있게 사는 날이 올까.

 누군가 그랬다. 없으면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사람인데 있으니 욕심에 욕심이 생겨 더 모아두려 한다고. 그게 사치라며, 필요 이상의 것을 생각하니 욕심이 생긴다고 말이다.

 나는 아직 버릴 게 많다. 지리산 구석에서 수행하는 산사람도 아니고 속세를 버리고 절에 들어간 사람도 아니지만, 내 정신의 건강과 내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하나하나 여유 있게 생활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맘을 다잡아 본다. 내가 회색빛 도시를 떠나 그래도 아직까지 푸른색이 남아 있고 밥 한 숟가락 더 얻어 주는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를. 내 삶의 여유는 통장이나 지갑 가득 채워지는 것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물론 그렇게 마음먹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하루하루 다시 되새기며 다짐하곤 한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돈이 부자였던 아빠보다 삶의 여유가 부자였던 아빠가 되길 원한다.
 
 ―김은홍
 
※필자(42)는 서울에서 일하다 전북 전주로 내려가 볶음요리 전문점인 더 플라잉팬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