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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세밀화로 그린 우리나라 잠자리 95종

입력 | 2016-10-29 03:00:00

◇잠자리 도감/정광수 지음/옥영관 그림·280쪽/3만5000원·보리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신호 중에 하나로 잠자리가 있습니다. 흔하게 옆에서 볼 수 있다 보니 ‘오늘도 날아다니는구나’ 하며 보지만, 알고 보면 잠자리는 세상 어느 곤충보다 잘 날 수 있습니다. 정지, 방향 전환, 심지어 뒤로도 날 수 있습니다. 몸집에 견주어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잠자리는 이 지구에 사는 곤충 중에 가장 먼저 날개를 가지고 날아오른 개체입니다. 3억2500만 년 전쯤의 일입니다.

 잠자리의 종류는 세계적으로는 6000종이 넘고, 우리나라에는 100여 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잠자리 가운데 95종에 대해 다뤘습니다. 개체의 한살이보다는 모양을 앞에 두고 이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구성해 활용도가 높은 종분류 도감입니다.

 내용을 채운 작가는 이미 잠자리에 관한 연구서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그때는 방대한 데이터와 사진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었죠. 10여 년에 걸친 고단한 작업의 결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섬세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연구결과를 세밀화로 다시 탄생시켰습니다. 사진과 세밀화가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릅니다. 세밀화는 그 대상의 외관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정보를 거의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놓치기 쉬운 요소들을 잘 표현해서 개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죠.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가을의 배경으로만 여겼던 잠자리조차도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이걸 알게 된다면,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만 합니다. 잘 만든 도감을 만나니, 지식을 넘어 철학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