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靑 비서진 물갈이 착수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윈 민 미얀마 하원의장을 접견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연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8%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 비율은 74%로 가장 높았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9월 둘째 주 이후 6주 연속 하락하면서 학계에서 레임덕(권력 누수)의 기준으로 여기는 지지율 25% 아래로 떨어졌다.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뒷받침했던 TK(대구경북) 지역과 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율은 지난주 52%에서 이번 주 36%로 16%포인트나 떨어졌다. TK 지역 지지율도 8%포인트 하락해 27%였다.
박 대통령이 25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는 여론 악화를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국민 사과 이후인 26, 27일 조사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이 주간 평균치보다 3%포인트 낮은 14%였고, 부정평가 비율은 4%포인트 높은 78%였다. 대국민 사과 직후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만큼 국민에게 평가를 받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지만 민심의 분노는 깊었다. 국정 수습에 실패하면 임기 말 6%까지 떨어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12%를 기록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28일 예정된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연기한 채 수습책 마련에 고심했다. 이어 이날 저녁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대국민 사과 이후 사흘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30일 청와대 참모진 경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석 참모들의 일괄 사표가 ‘자발적 제출’이 아닌 ‘제출 지시’라는 형식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교체 대상과 폭이다. 26일 바로 사표를 낸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 거금 모금 의혹에 깊이 연루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은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관심은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 여부다.
만약 3인방 교체 없이 청와대 인사가 마무리된다면 국민의 비판 여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또 최순실 씨의 비밀 의상 사무실을 들락거린 부속비서관실의 윤전추 행정관과 최 씨 태블릿PC의 명의 업체 대표였던 김한수 행정관 등 최 씨와 깊이 관련된 인사들의 인사 조치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이후 후속조치의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