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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명태, 동해 바다에 돌아오는 날

입력 | 2016-10-31 03:00:00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어릴 적 제사가 있던 날 다음 날이면 어머니는 제사상에 올랐던 명태포를 몽둥이로 두드리곤 하셨다. 명태를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살은 부드러워져 우리 가족은 뽀얀 북엇국을 먹을 수 있었다. 조선 후기 문인 이유원의 저서 ‘임하필기(林下筆記)’에 따르면 함경도 명천 사는 어부 태씨가 자신이 낚은 물고기 이름을 몰라 명천의 ‘명’과 자신의 성 ‘태’를 따서 명태라 불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는 저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명태가 다산하여 전국에 넘쳐흐른다”고 했을 정도로 명태는 우리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 중 하나였다. 1940년에는 명태를 26만 t 넘게 잡아 국민 모두가 먹고도 남았다. 그런데 명태는 지금 우리 바다에서 보기 어렵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했고, 기후 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저수온에서 사는 명태는 자취를 감췄다. 매년 국민이 먹는 명태 25만 t 중 우리 원양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잡는 2만 t을 뺀 나머지는 모두 합작 선사의 어획 또는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는 바다 자원은 무한히 이용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1970, 80년대에는 어업인들이 ‘노가리(어린 명태)는 명태가 아니다’라며 마구 잡아들여 자원 급감을 부추겼다. 정부는 1996년부터 어린 명태는 잡지 못하게 했지만 한 번 고갈된 자원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명태의 수명은 20년 이상으로, 고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이 소요된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 강원도, 강릉원주대 등과 협력해 명태 양식을 목표로 하는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우선 해수부는 먼저 성숙한 명태 암컷과 수컷을 확보하기 위해 살아있는 명태 한 마리에 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자연산 어미를 수집할 수 있었고, 수정란 53만 개를 채취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cm 정도로 성장한 어린 명태 1만5000마리를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 방류하고, 200여 마리를 선별해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미로 키웠다. 9월 18일에는 인공 1세대 명태가 다시 알을 낳아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부화한 새끼 명태 4만 마리는 1cm 전후로 성장했다.

 명태 완전양식 성공은 결정적으로 두 가지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째, 명태 생육에 적정한 수온이 10도라는 것을 규명하고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둘째, 명태는 보통 3년이 지나야 산란이 가능하지만 이 기간을 1년가량 단축했다. 이는 10도에서도 생존하는 먹이생물과 고도불포화지방산(EPA, DHA 등)을 강화한 고(高)에너지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해 명태에게 공급한 덕분이다.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했지만 명태를 지금 당장 우리 바다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잡기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자연산 명태 대신 인공 종자를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해 방류한다면 머지않아 동해안 명태 자원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대량으로 인공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조만간 양식 명태를 국민 식탁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랜 노력을 거쳐 대구와 도루묵 자원량이 회복된 것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약이 되고 안주 되는’ 명태도 동해로 돌아와 ‘국민 생선’이란 옛 명성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