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는 저서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 “명태가 다산하여 전국에 넘쳐흐른다”고 했을 정도로 명태는 우리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 중 하나였다. 1940년에는 명태를 26만 t 넘게 잡아 국민 모두가 먹고도 남았다. 그런데 명태는 지금 우리 바다에서 보기 어렵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감했고, 기후 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저수온에서 사는 명태는 자취를 감췄다. 매년 국민이 먹는 명태 25만 t 중 우리 원양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잡는 2만 t을 뺀 나머지는 모두 합작 선사의 어획 또는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간 우리는 바다 자원은 무한히 이용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 1970, 80년대에는 어업인들이 ‘노가리(어린 명태)는 명태가 아니다’라며 마구 잡아들여 자원 급감을 부추겼다. 정부는 1996년부터 어린 명태는 잡지 못하게 했지만 한 번 고갈된 자원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선 해수부는 먼저 성숙한 명태 암컷과 수컷을 확보하기 위해 살아있는 명태 한 마리에 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자연산 어미를 수집할 수 있었고, 수정란 53만 개를 채취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cm 정도로 성장한 어린 명태 1만5000마리를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 방류하고, 200여 마리를 선별해 알을 낳을 수 있는 어미로 키웠다. 9월 18일에는 인공 1세대 명태가 다시 알을 낳아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부화한 새끼 명태 4만 마리는 1cm 전후로 성장했다.
명태 완전양식 성공은 결정적으로 두 가지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첫째, 명태 생육에 적정한 수온이 10도라는 것을 규명하고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했다. 둘째, 명태는 보통 3년이 지나야 산란이 가능하지만 이 기간을 1년가량 단축했다. 이는 10도에서도 생존하는 먹이생물과 고도불포화지방산(EPA, DHA 등)을 강화한 고(高)에너지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해 명태에게 공급한 덕분이다.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했지만 명태를 지금 당장 우리 바다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잡기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자연산 명태 대신 인공 종자를 지속적으로 대량 생산해 방류한다면 머지않아 동해안 명태 자원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대량으로 인공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조만간 양식 명태를 국민 식탁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랜 노력을 거쳐 대구와 도루묵 자원량이 회복된 것처럼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약이 되고 안주 되는’ 명태도 동해로 돌아와 ‘국민 생선’이란 옛 명성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