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태종의 말인즉 세종이 운동을 안 해서 살이 쪘으니 내가 직접 무술을 가르치면서 운동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실제 30세 이후 당뇨병으로 평생을 고생한다. 비만 때문이었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도 비만이었다. 뒷날 불행한 부자 사이로 변하지만 승정원일기에서 살찐 아들을 걱정하며 처방을 얘기하는 영조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버지다. 의관에게 당시 사도세자가 복용하고 있던 육미지황원이 행여 비만의 주범이 아닌지 묻기도 하고 아들(사도세자)이 지나치게 대식가이며 행동이 느리다는 푸념까지 한다.
‘동의보감’에는 더 솔깃한 대목이 나온다. “곤포는 기를 내리기 때문에 오랫동안 먹으면 살이 빠진다. 나물을 무쳐서 먹는 것이 좋다.” 곤포는 미역, 다시마처럼 띠 모양으로 생겼으며, 물살이 약한 바다에서 자란다. 동해에 널리 분포돼 있는데 주로 갑상샘(갑상선) 질환에 사용한다. 갑상샘 호르몬이 기초대사, 성장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므로 살이 빠지는 효과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갑상샘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보일러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즉, 에너지를 태워 체온을 올림으로써 체중을 감소시킨다.
팥도 신장의 소변 배출 기능을 도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팥의 가장 큰 효력은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부기를 없애는 것. 임신 뒤 부기가 있는 이들이 팥을 먹으면 효과가 크다. 사실 한의학의 최강 다이어트 약은 마황이다. 현대 의학도 마황에서 추출한 에페드린 성분을 천식약(감기약)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 에페드린이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에페드린은 피부의 땀구멍을 열어주고 열량 소비를 촉진하는데 잘못 사용하면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왕실 의관들이 왕에게 이런 극적인 약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건강한 다이어트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건강한 다이어트식을 원한다면 녹차, 곤포, 팥을 기억하는 게 좋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