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최근 교육계에서는 ‘코딩’이라는 단어가 화두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부상하며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즉 코딩 능력을 갖춘 인재가 주목받을 거라는 예상이 많다.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다. 인류의 발전을 과학이 주도해 온 만큼 수학이라는 학문은 지식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다. 학교에서 수학을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이유다. 하지만 막상 학생들은 이런 교육원칙을 쉽게 따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등학교 3학년 수포자(수학 포기자) 비율은 무려 59.7%로 나타났다.
수포자가 생기는 까닭은, 수학이 진도를 놓치면 다음 단계 수업을 이해할 수 없는 ‘단계식’ 학문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이미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에게 미분과 적분을 가르치며 ‘열심히 하라’고 독려해도 그들에겐 다른 세상의 언어일 뿐이다. 코딩 역시 배우기가 쉽지 않다. 처음엔 기초적인 명령어를 배우고, 이 명령어를 배열할 논리적인 규칙을 익혀나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공학기술과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해 실제로는 많은 학습이 필요한 분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준별 교육’ 과정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수학시간엔 다양한 분반을 개설해 학생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려는 학생 누구나 원하는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배려해야 수포자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코딩 역시 마찬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든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수준별 학습방안을 각급 학교에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코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게임처럼 즐기면서 코딩의 기초 감각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교육용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고등학교에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코딩의 중요성을 내다본 교육계는 2018년부터 코딩을 수학과 같은 의무교육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 뜻은 국민 대다수가 SW 개발자가 되길 원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여러 복잡한 업무를 컴퓨터를 이용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즉 ‘컴퓨팅 사고’를 갖길 희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소기의 목적을 위해 우리가 어떤 첫 단추를 끼워야 할지를 다 함께 고민해 볼 때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