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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4년 침묵 깬 전여옥

입력 | 2016-10-31 03:00:00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29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내가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시절에도 박근혜 대표 연설문이 모처에 나갔다 오면 걸레가 됐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다른 곳에서 온 메시지를 자꾸 발표했던 게 더 이상했는데 이제 보니 최순실 작품이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원로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정윤회 비서실장, 최순실 부속실장이 국정을 가지고 놀 것’이란 말을 했다”며 박 대표 자택과 병원에서 시중을 들던 최순실을 만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전 전 의원은 문고리 3인방하고만 통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편의점 정치인’이라고 지칭하면서 ‘저녁 있는 삶’을 즐긴 대통령과 장관들 속에서 ‘최순실이 동굴 속 박쥐처럼 권력을 잡았다’고 표현했다. “불쌍하다고, 어떤 아버지의 딸이라고 표를 몰아준 국민도 문제”라면서 “전여옥은 국민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피력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4년 가까이 어떻게 침묵하고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서전(‘i 전여옥’·2012년) ‘어록’들도 다시 화제다. “그녀(박근혜)에게 권력은 맞춤옷 같은 생활필수품” “대통령직은 가업승계 차원의 패밀리 비즈니스” “‘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 같은 짧은 말들은 어린이들이 쓰는 ‘베이비 토크’ 수준”…. 이런 어록들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클릭수를 높인다. “너무 어둡고 따스함이 없는 사람” “국내선 비행기 이코노미를 탄다지만 옆 좌석을 ‘블록’으로 비워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들도 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 같다” 했고,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서는 “김정일이 껴안아 주니까 치매 든 노인처럼 서 있다가 합의해준 게 6·15선언”이라고도 비난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 밑에서 대변인을 하다가 대통령 후보 경선 국면에서 MB 쪽으로 말을 갈아탔다. 박 대통령이 그의 배신을 미워하자 멀어진 것인지, 박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해서 떠난 것인지 그만이 알 것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