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잊혀진 황태자' 이정협(울산)을 긴급 호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31일 캐나다와의 친선경기(11월 11일)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11월 15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예선 엔트리는 최대 23명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25명의 선수를 뽑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을 내부 경쟁의 기회로 활용한 뒤에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23명을 선발하겠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약점인 최전방 공격수와 측면 수비수 포지션에서 경쟁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전방에는 지난해 아시안컵(준우승)을 통해 주전 공격수로 떠올랐다가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등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던 이정협이 7개월 만에 발탁됐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29경기에서 4골을 넣고 있는 이정협은 지난달 21일 성남전(1골) 이후 득점포가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득점 감각을 완벽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 소속팀 경기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이 살아났기 때문에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격수를 평가할 때 공격 포인트 외에 다른 방식이 기준이 될 수 있다. 상대 수비의 뒷 공간을 파고들거나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유형의 공격수를 찾다가 이정협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차두리 대표팀 전력분석관이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측면 수비에는 활용 가능한 선수들이 총동원됐다. 왼쪽 측면에는 박주호(도르트문트)가 7개월 만에, 윤석영(브뢴뷔)이 5개월 만에 발탁돼 홍철(수원)과 경쟁한다. 박주호와 윤석영은 소속팀에서 주전을 꿰차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서도 확실한 왼쪽 측면 수비수를 찾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두 선수의 경기력을 점검할 계획이다. 그는 "박주호는 힘든 시기를 지나 최근 소속팀에서 몇 차례 출전 기회를 얻었다. 윤석영은 리그 컵 대회에 출전했고, 리저브 팀에서도 꾸준히 뛰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리에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에서 맹활약 중인 최철순과 김창수가 발탁됐다.
최종예선 A조 3위에 머물러 있는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질 경우 월드컵 본선 직행(각조 1, 2위)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에도 5경기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본선행을 결정 짓는 경기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안방 경기에서 더는 승점을 잃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전이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전환점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