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7>서울 관악신사시장 박민정씨
서울 관악신사시장에서 손수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박민정 대표. 그는 전통시장 입구에 있는 꽃집들이 손님의 발길을 사로잡는 외국 사례를 떠올리며 전통시장에 꽃집을 차렸다. 시장 상인들은 박 대표의 매장이 시장 골목의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시장에, 푸른 화초들이 마중 나와 있는 꽃집은 숨겨진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었다. 길가에 내놓은 식물을 구경하고 있으니 작은 가게 안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가 들려왔다. 손수가든을 ‘손수’ 일궈낸 박민정 대표(31)를 신사시장에서 만났다.
○ 감동을 선물하고 싶어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박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일과 병행하는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어느 순간 직장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꿈을 찾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그렇게 일말의 미련도 없이 올해 2월 자신의 가게를 냈다.
박 대표의 가게 이름은 ‘손수가든’이다. 사람이 행복을 느낄 때는 본인의 힘으로 손수 작업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생각해 지었다. 박 대표는 “꽃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사람들이 꽃을 돈 가치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까웠다”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꽃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안에 자리 잡은 꽃집
박 대표는 가게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산다. 집과 가까운 시장 안 빈 가게 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외국은 전통시장 입구마다 꽃집이 있어서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환영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며 “손수가든도 정겨운 신사시장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안 꽃집으로 자리 잡은 지 9개월 정도 된 지금, 박 대표는 그때의 선택에 100% 만족한다. 처음 해보는 사업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오랜 세월 전통시장을 지켜오던 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든든하다.
박 대표의 꽃집과 신사시장은 상부상조하고 있다. 원래도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이지만 박 대표의 손수가든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시장을 찾는 고객도 많다. 손수가든이 있는 자리는 3개월간 비어 있어서 골목의 분위기가 다소 어두웠었는데 손수가든이 화사하게 바꾸어 놓았다. 박 대표는 “근처에 유치원이 많은데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견학하듯 찾아오기도 한다”며 “일부러 아이를 데리고 찾아오는 어머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임영업 신사시장상인회장의 제안으로 시장 상인들의 생일 때마다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로 주고 있다. 처음에는 손수가든의 장사를 돕기 위해 시작한 임 회장의 배려였지만 지금은 신사시장만의 문화가 됐다. 임 회장은 “박 대표의 꽃집이 생기면서 유동인구도 많아졌고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며 “손수가든은 신사시장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했다.
○ 창업에는 철저한 준비 필요
박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많은 경험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박 대표 자신도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면 바로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곳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른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웨딩업체에서도 일을 했던 게 지금 나만의 꽃집을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된다”며 “경영 방식은 물론이고 고객 관리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선례를 보고 배워 틈틈이 준비를 해 둬야 현실로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래 준비를 하며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고 관련 교육을 받았던 것이 지금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시장상인회 고객센터 등에서 주기적인 꽃꽂이 수업도 하고 있다. 직접 만든 캘리그래피와 꽃 사진을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려 젊은 감각으로 홍보도 계속 하고 있다.
박 대표의 목표는 꽃 문화 예술교육을 하며 동시에 직접 마련한 손수가든을 예쁘게 꾸미는 것이다. 그는 “우리 꽃집을 알고 찾아와 주시는 손님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어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며 “손수가든이 ‘신사시장에 오면 만날 수 있는 꽃집’으로 널리 알려질 때까지 싱싱한 꽃으로 미소를 선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