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e메일 추가 수사 본격 착수
사실상 다 이긴 것이나 다름없는 선거 막판에 복병을 만난 클린턴 측은 FBI가 혐의 사실 등 뚜렷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특히 FBI 수사관들이 e메일의 존재를 10월 초에 알았는데도 이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게 늑장 보고한 점을 문제 삼았다. 로비 무크 클린턴캠프 선대본부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BI의 수사 결정은 걱정스럽고 선거 결과를 어지럽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코미 국장에게 편지를 보내 “e메일 존재를 미리 알았는데도 대선 직전에야 수사 결정을 내린 것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관련법을 어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날 콜로라도 주 그릴리 유세에서 “FBI가 새로 발견한 클린턴 e메일은 ‘마더 로드’(mother lode·광물이 풍부한 주맥)일 수도 있다. 그런데 클린턴은 마치 희생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과 애버딘은 주군과 측근 관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남편의 첫 성추문을 용서한 것도 빼닮았다. 위너가 2011년 첫 성추문으로 연방 하원의원에서 물러났을 때 애버딘은 “남편을 신뢰한다”며 곁을 지켰다. 애버딘은 클린턴에게 스캔들 대처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8월 위너의 섹스팅 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애버딘은 결별을 선언했다.
워싱턴 정가의 패셔니스타로도 불리는 애버딘은 클린턴에게 의상 선택도 조언해 왔다. WP에 따르면 애버딘은 클린턴 국무장관 비서실 차장으로 일하던 2009년 8월 클린턴에게 e메일을 보내 “오늘은 어두운 색을 고르세요. 파란색이나 짙은 녹색 정장이 좋겠네요”라고 했다. 초기 클린턴 측근 중 상당수가 눈 밖에 났지만 애버딘이 20년 동안 클린턴 곁을 지킨 것엔 능력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은 범접할 수 없는 둘 간의 심리적 교류도 한몫했다는 말이 나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