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이단아’ 피터 틸
진보 색채가 강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인 유명 벤처투자가 피터 틸(사진)이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의 변(辯)을 밝혔다. 틸은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에게 125만 달러(약 14억 원)를 후원하기로 약속했다가 실리콘밸리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틸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현상’을 “변두리가 아닌 주류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하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내가 실리콘밸리 사람들과 다른 점은 (경제 사정이 괜찮은) 실리콘밸리와 몰락하는 미국 내 다른 지역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추세가 계속되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부유한 실리콘밸리가 대다수 미국인이 마주한 어려운 현실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젊은이들은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보다 기대치가 낮다”고도 했다.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기회가 적은 젊은이들이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는 정치적 성향을 옹호한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트위터 공동창업자 에번 윌리엄스를 포함한 150여 명의 기업가가 트럼프 반대를 선언하는 연판장을 돌리는 등 반(反)트럼프 정서가 강하다. 틸은 이런 기류에 맞서 트럼프 지지를 공언했다가 페이스북 이사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비난까지 받았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