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나 정책사회부
“순수하게 교육부 정책에 따라 6년을 준비해온 아이들이 입시 부정인지도 모르고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절망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학부모)
최근 기자가 만난 학생과 학부모는 모두 ‘허망하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하루하루를 산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에서 제일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니라 ‘내가 하고픈 일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라고…. 두려움을 누를 수 있는 건 노력뿐이다. 열심히 하는 만큼 좋은 성과가 따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정 씨는 철저하게 비웃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2014년 12월 3일, 정 씨 페이스북 글)
정 씨의 삶은 확실히 돈이 뒷받침됐다. 선화예중(2009∼2011년) 때 성악을 전공했다. 승마는 취미였다. 정 씨에게 잠시 성악을 가르쳤던 A 씨는 “유연이(개명 전 이름)가 승마로 (성악 연습) 시간을 뺏겨 ‘승마 쪽으로 가면 어때?’라고 물었더니 ‘엄마가 승마하면 시집가기 안 좋다고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정 씨는 성악에 큰 흥미도 실력도 없었다고 한다. A 씨는 “최 씨가 딸 성적을 올리려고 애썼지만 예중 엄마들도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라 학교에서 임의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승마로 진로를 튼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승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말 한 마리가 수억 원에서 그 열 배를 오간다. 정 씨에게는 탄탄대로만 펼쳐졌다. 2011년 청담고는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서울시교육청에 ‘승마 체육특기학교’ 지정을 신청했다. 정 씨가 입학할 때부터 이화여대는 신입생 선발 종목에 승마를 추가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여 개인의 자아 성취와 행복한 삶을 이루는 토대이자 기회와 희망의 사다리”(10월 20일, 대한민국 행복교육박람회)라고 말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노력을 안 해도 가진 게 능력인 세상에선 정 씨 앞에만 꽃길이 놓여 있었던 탓이다. 국민이 ‘노력하면 뭐해?’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틀렸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