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檢 수사 방향
최순실 혐의 10여가지 적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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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최 씨 관련 의혹의 실체를 우선 규명해 나가면서 적용 가능한 죄명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수순으로 수사를 진척시키고 있다. 최 씨를 겨냥한 수사의 갈래는 크게 4갈래다. △대통령 연설문 등 정부 기밀문건을 열람한 의혹 △비선 실세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주요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금 유용 의혹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입학과 독일 보유 재산의 출처가 집중 수사 대상이다.
먼저 최 씨가 태블릿PC로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문건을 열람한 부분의 경우 문건을 유출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지만 최 씨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대법원 판례는 기밀을 유출한 인물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를 제공받아 열람한 인물을 공무상 기밀누설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 씨가 열람한 문건 중에서는 기밀성이 있는 대학 입시 관련 자료, 국토교통부가 2013년 작성한 부동산 개발 문건, 외교통상부가 작성한 문건을 유출한 청와대 인사들이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 씨에 대한 사법 처리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최 씨는 법적 지위가 사인(私人)이어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어렵다. 또 공갈이나 강요 혐의도 ‘폭행 협박에 이르는 수준’이 아니라면 검토되기가 쉽지 않다. 최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인사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수사로 확인되더라도 민간인인 최 씨에게 적용할 죄명이 마땅치 않다. 최 씨가 한국과 독일의 더블루케이 회사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렸다면 횡령 배임 혐의가 검토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탈세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검찰이 최 씨 회사의 자금 흐름, 일가의 재산 증식 과정을 정밀 검토해 개인 비리 혐의까지 수사하는 것은 이런 법률상의 난점을 돌파해 나가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최 씨는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복합생활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안’이라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국토부가 경기 하남시 미사동 등 3곳에 대한 입지조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는데, 최 씨는 해당 상가 건물과 토지를 2008년 6월 34억 원에 사들였으며, 7년 만인 2015년 4월 52억 원에 팔아 18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해 정 씨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독일 내 시가 4억 원대 주택의 자금 출처도 수사하고 있다. 20세에 불과한 정 씨가 해외에 주택을 보유하는 데서 국외재산 도피나 외국환관리법 위반, 증여세 탈루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정 씨가 이화여대에 특혜를 받아 입학했다는 의혹과 정 씨의 지도교수에게 폭언과 협박을 했다는 진술이 확보될 경우에는 모욕과 협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민 kimmin@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