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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테너 최초로 ‘바이로이트’에 선 김석철

입력 | 2016-11-01 03:00:00

오페라 ‘로엔그린’으로 고국무대… 1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테너 김석철은 바그너 오페라를 선호하고 바그너 전문 성악가를 꿈꾼다. 그는 “바그너 오페라를 잘해서가 아니라 베르디 작품 등 이탈리아 오페라를 그만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독일어도 제대로 못하는 동양인을 캐스팅해서 왜 그 (동양인) 성악가도 고생하게 만들었나?”

 테너 김석철(42)이 2001년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에서 독일어로 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에 출연했을 때 지역 신문에서는 혹평이 쏟아졌다.

 15년 뒤인 올해 그는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섰다. 바그너가 1876년 이 페스티벌을 만든 지 140년 만의 첫 한국인 테너 출연이다. 한국인 성악가로는 1988년 베이스 강병운이 동양인 최초로 선 뒤 베이스 연광철, 전승현, 바리톤 사무엘 윤이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매년 7, 8월에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완벽한 독일어 구사와 오페라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출연하기 힘들다. 독일 신문들은 김석철에게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 고음도 훌륭히 해냈다”, “완벽한 독일어로 노래했다”며 찬사를 늘어놨다.

 16, 18,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로엔그린’ 출연을 위해 귀국한 그를 최근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만났다.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출연에 대해 그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을 맡았을 뿐이다. 두 달 넘게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노래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뒤늦게 성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연세대 치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재수하던 도중 주변의 권유로 서울대 음대에 지원해 들어갔다.

 “미래가 불안한 음악가에 대해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어요. 이제 성악가로서 궤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데 올해 페스티벌 기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는 성악을 배울 때부터 노래 자체보다는 노래의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노래를 부를 때 그 언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발음만 똑같이 한다고 노래를 한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노래 가사의 의미는 물론이고 배경지식도 함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아내는 인도네시아에서 국제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미국인이다. “1년에 몇 달만 같이 지낼 정도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삶이에요. 그렇다 보니 출퇴근하고 가족이 모여 함께 밥을 먹는 평범한 삶이 부럽기도 해요.”

 그의 목표는 앞으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주역을 맡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 서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오페라에 대한 접근법과 텍스트의 해석, 오페라의 배경 등에 대해 밝혔다. 마치 강의실에 온 듯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만큼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재미있어요. 제가 정한 목표를 이룬다면 오페라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1만∼15만 원. 1588-2514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