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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꼴 매출 0원” 한숨

입력 | 2016-11-01 03:00:00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소상공인 실태 조사해보니




 

대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9월 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매출이 급격히 줄어 걱정이다. 그는 “전에는 하루 평균 20개의 화환 주문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고작 4, 5개밖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1주일에 하루꼴로 매출이 0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 외 직무 관련성이 없어 꽃 선물을 주고받아도 괜찮은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불법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가게 10곳 중 7곳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화훼 도소매업, 농축수산물 도소매업, 음식점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소상공업 300개 사를 상대로 조사해 발표한 ‘청탁금지법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우 어렵다’ 42.0%, ‘다소 어렵다’ 27.7% 등 응답자의 69.7%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축산 도소매업 종사자들은 43.0%가 어렵다고 답한 반면, 화훼 도소매업과 음식점업 종사자는 각각 86.0%, 80.0%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0.8%는 “어려움이 현재처럼 지속될 경우 6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답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업 중 65.3%가 법 시행 후 매출이 줄었다. 매출 감소율은 평균 39.7%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 인근 B일식당 관계자는 “법인카드 사용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80%였다”며 “법 시행 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뉴가 1만 원대부터 있지만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사업(매장, 직원)을 축소하거나’(32.5%) ‘폐업을 고려하겠다’(29.7%)는 응답자도 10명 중 3명꼴이었다. 34.9%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과 관련해 응답자의 48.0%(복수 응답)가 ‘음식물, 선물 등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피해 업종·품목에 대한 적용 예외 설정’(38.0%) ‘조속한 소비 촉진 정책 마련’(37.3%)이 뒤를 이었다.

 한편 청탁금지법을 앞두고 소비가 위축된 데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까지 겹쳐 9월 소비가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규모를 나타내는 9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4.5% 줄었다. 이는 2011년 2월(―5.5%)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통계청은 “7∼8월 폭염 영향으로 가전제품과 음식료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려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9월에 나타난 것”이라며 “삼성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통신기기 판매가 크게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월 대비 0.8% 줄어든 전체 산업생산은 4월(―0.7%)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2.1% 줄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하락하며 경제가 ‘트리플 침체’에 빠졌다. 건설부문 공사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전달보다 4.7%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10월 소비는 백화점·할인점 매출, 카드승인액 등의 지표로 가늠해 볼 때 청탁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추가 경기 보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서 clue@donga.com·정민지 /세종=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