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야 할 ‘고교 선택의 진실’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외고, 국제고, 지역단위 자사고와 일부 전국단위 자사고의 원서접수 날짜가 다가오면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 중3 학부모가 적잖다. 대입에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모집 비중이 대폭 늘면서 ‘고교 선택이 곧 대입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고민을 거듭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중3 학부모들이 고교 선택에 심사숙고하다보니 중1, 2와 초등 고학년 학부모도 일찍부터 여러 고교를 후보군으로 두고 곰곰이 따져보는 상황이다.
내 자녀에게 ‘딱’ 맞는 고교를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고교 선택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뿌리 깊은 오해들이 현명한 선택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오해1] 수학 잘하면 자사고, 영어 잘하면 외고?
많은 중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특징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채 단순히 ‘자신이 잘하는 교과목’을 고교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영어에 자신이 있다면 외고를, 수학에 자신이 있다면 자사고를 선택하는 식. 외고 학생들이 영어에 강점을, 자사고 학생들이 수학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도 외고·국제고만큼 높은 영어 학력 수준을, 외고도 자사고 버금가는 수학 학력 수준을 갖춘 경우가 많다.
‘특목고 갈까? 자사고 갈까?’에는 전국의 특목·자사고가 수능 영어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을 최근 10년간 얼마나 많이 배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2015학년도 수능 영어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을 획득한 학생의 비율이 전체 학생의 80%를 넘어서는 학교의 수는 외고는 5개교(조사대상은 전국 31개 외고), 자사고도 5개교(조사대상은 전국 32개 자사고)로 자사고와 외고가 비슷한 수준. 외고에서 가장 높은 영어 학력수준을 보여준 A 외고는 같은 해 수능에서 87.9%의 학생이 영어 90점 이상을 받았지만, 자사고에서 가장 높은 영어 학력수준을 나타낸 B 자사고는 그 비율이 무려 98%를 차지해 A 외고를 압도했다.
단순히 수학을 영어보다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B 자사고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될까? 우수한 영어 실력을 갖춘 학생들 사이에서 내 영어 내신 등급이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해2] 수능 영어 절대평가… 외고보단 자사고를?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외고 학생들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중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수학에 강점을 지닌 학생들이 유리해지는데, 결국 ‘영어 잘하는 외고 학생들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특목고 갈까? 자사고 갈까?’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로 ‘수혜자가 되는 학생’과 ‘피해를 보는 학생’이 고교별로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추정, 분석한 자료를 상세히 담아 고교 선택을 위한 남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이 분석에 따르면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해서 외고 학생들이 자사고 학생들에 비해 불리해지진 않는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외고는 ‘수혜 학생’(기존에 수학은 늘 1등급을 받았지만 영어는 90점의 점수로 2, 3등급을 받았던 학생)이 ‘피해 학생’(영어에서는 거의 만점을 획득해 늘 1등급을 받았지만 수학은 2등급 이하의 점수만 받았던 학생)보다 많다. 그리고 그 차이는 자사고보다 큰 수준이다(표 참조). 외고에서 수학에 약점을 가진 학생의 비율이 의외로 자사고에 비해 적은 것. 외고가 자사고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학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오해3] 우수 학교, 높은 내신 등급은 언감생심?
‘내 자녀가 이 고교에 진학하면 어느 정도의 내신등급을 받을 수 있을지’를 예측해보고자 한다면 단순히 학교의 학력 수준뿐만 아니라 학교 내신 시험의 난이도도 살펴봐야 한다. 자신이 진학하려는 고교가 높은 학력 수준을 자랑할지라도, 내신 시험이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 만점자가 속출하지 않아 예상과 달리 좋은 내신 등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
‘특목고 갈까? 자사고 갈까?’에는 전국 주요 고교들이 어떤 난이도로 수학·영어 내신 시험을 출제하고 있는지를 분석한 자료도 담겼다. 희망하는 고교의 학력수준과 내신 시험의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실제로 특정 고교에서 어느 정도의 내신 등급을 획득할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가늠해보자.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