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기독교계 원로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야당에 대해서도 왜 퇴진이나 탄핵 움직임에 앞장서지 않나, 이런 질책이 높다”고 말했다. 그제는 “대통령이 국무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며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 총리 추천을 맡기라는 말은 사실상 야당에 정권을 넘기고 대통령은 하야(下野)하라는 뜻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하야하라는 말을 그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하기에는 후폭풍이 두려워 ‘국민이 말한다’는 식의 간접화법을 썼다면 당당하지 못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비판이 들끓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야당에 정권을 넘길 것을 원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죽하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정 중단 사태를 초래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겠는가.
어제 야 3당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별도의 특별법에 의한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그러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 중단과 백남기 씨 사망 관련 책임자 처벌 촉구 및 특검 추진 등 현 위기 타개책과는 거리가 먼 합의까지 덧붙여 여당이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리더십을 입증하려면 위헌적 주장으로 혼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야권의 신중하지 못한 주장들을 걸러내고 실현 가능한 정국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