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고민 깊은 청와대] “배신 트라우마에 소수 측근 의존… 성향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낮아”
○ “판단조차 어려운 상태일 것”
전문가 대다수는 박 대통령이 현재 자신을 둘러싼 체계가 송두리째 부정당한 상황에 처해 불안정한 상태일 것으로 분석했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이 차례로 숨진 트라우마가 ‘주변인의 배신’을 극도로 경계하는 성향으로 자리 잡았고 최태민, 최순실 씨 부녀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극소수의 측근에게 의사결정 과정을 의지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두뇌는 주변의 현상을 어떤 논리로든 납득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박 대통령은 익숙했던 인간관계가 전부 무너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판단력이 크게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권 초기에 청와대 측 인사가 ‘박 대통령에게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며 간접적으로 진료를 의뢰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현상”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자 정신분석 전문가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최 씨와 지나치게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의들은 의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와 제대로 된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함 △어떤 옷을 입을지 등 사소한 판단도 타인에게 의존 △의존 상대가 사라지면 또 다른 상대를 찾음 △의존 대상은 보통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침해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