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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컬처]치밀한 글로벌 콘텐츠 전략… 英-美 젊은이들 감수성 점령

입력 | 2016-11-02 03:00:00

대세 ‘방탄소년단’의 힘, 어디서




  ‘방탄소년단.’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은 2013년 이 단어를 처음 접하고 어우, 조금 놀랐다.

  ‘총탄도 튕겨내는 아동 슈퍼히어로가 지구에 출연했단 말인가.’ 뒷조사에 착수하려던 찰나, 주변 요원들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야근은 집어치워. 아이돌 그룹이잖아. 방시혁 프로듀서가 만든….”

 아, 아이돌…. 근데 그룹 이름이 왜…. 교육방송 아동드라마에 나오는 비밀결사도 아니고. 근데 이 소년단, 가히 거인의 속도로 성장하더니 ‘일’을 내고 말았다.

 음원서비스 ‘지니’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최근작인 2집 ‘WINGS’의 앨범 스트리밍 횟수는 그들의 3년 전 데뷔작 ‘2 COOL 4 SKOOL’의 1000배 가까이(942배) 된다. 발매 뒤 30일간 소비량 기준이다. 이들은 얼마 전 빌보드 200(앨범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인 26위까지 올랐다.

 “처음부터 글로벌하게 공감할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영국, 미국의 젊은이들도 우리와 감수성은 비슷하리라고 봤죠.”(방 프로듀서) 그래도 그렇지. 에이전트 7은 방탄소년단이 불과 3년 만에 빌보드 30위권까지 닿은 비결이 궁금해졌다.

○ “앨범 살 정도 골수 팬, 미국에도 많아”

 빌보드에 따르면 ‘WINGS’의 첫 주 판매량은 1만6000유닛(unit). 5000유닛은 디지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를 CD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다. 빌보드 200은 2014년 12월 정책을 바꿔 디지털 소비량도 순위 산정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5000을 빼도 손에 잡히는 CD가 1만1000장이나 팔린 셈이다.

 제시카 옥 빌보드 케이팝 전문 필자는 ‘말이 되는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1만1000’ ‘1만6000’은 당연히 미국 내 판매량만 반영한 수치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더 유명한 케이팝 그룹은 빅뱅이죠.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른 케이팝은 몰라도 방탄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현지 팬이 많은 게 특징이에요. CD를 살 정도의 충성도를 가진 팬은 빅뱅보다 더 많을 수 있는 거죠.”

○ 소셜미디어는 짧게, 음반-뮤비는 길게

 열광적인 미국 팬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스타일에 주목했다. “이를테면 2집 타이틀 곡 ‘피 땀 눈물’은 미국 노래들과 차트에 섞여 있어도 이질적이지 않아요. 요즘 팝 트렌드에 딱 맞으면서 한국적인 멜로디도 묘하게 조화를 이루죠.”

 친근함과 신비주의를 동시에 자극하는 투 트랙 전략도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유튜브 채널에 ‘방탄 밤’이라는 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자주 올렸다. 멤버들의 일상 모습을 감질나게 보여주는 시리즈. 짧으니까 소비와 전파도 빨랐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도 1위를 했다. 팬들의 소셜미디어 활동 지수를 반영한 이 차트에서 이들은 미국 인기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도 제쳤다.

 소셜미디어의 단타 전략과 어깨동무한 것은 음반과 뮤직비디오의 장타 전략. ‘학교 3부작’ ‘청춘 3부작’ 시리즈 앨범으로 한 번 잡은 팬들의 호기심을 연장했다. 빌보드 200 진입에 공을 세운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길이는 6분 4초. 일반적인 팝 곡의 두 배에 가깝다. 트위터에선 장난을 즐기는 멤버들이 비디오 속에선 조각상 ‘피에타’ 앞에서 노래하고 소설 ‘데미안’의 구절을 읊는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유튜브 음악 분야 글로벌 차트에서 4위에 올랐고 ‘피 땀 눈물’은 발표 3주 만에 조회수 4000만을 눈앞에 뒀다.

 에이전트 7은 불현듯 못 이룬 꿈을 떠올렸고 아래와 같은 노랫말을 흥얼거려 봤다. 총알도 튕겨낼 듯 뜨거웠던 내 젊음의 날들. 어디로 간 걸까. ‘내 피 땀 눈물/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총알 소리처럼 날카로운 굉음이 공기를 갈랐다.(다음 회에 계속)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