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일 화요일 맑음. 홍수. #227 Trent Reznor & Atticus Ross ‘A Minute to Breathe’ (2016년)
1992년 서울에서 환경 콘서트 ‘내일은 늦으리’가 열렸다. 한국판 ‘We are the World’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승환, 신승훈, 넥스트, 015B, 김종서, 푸른하늘, 윤상…. 가요계의 반짝이는 별들이 총출동했으니. 그때 넥스트의 노래 ‘1999’는 이렇게 시작했다.
‘서기 1999년 9월 10일/전기의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었다…우리의 무책임이 낳은/이 비참한 결과를 후세에 전하기 바란다.’
영화를 알게 된 건 전적으로 미국 록 밴드 나인인치네일스 때문이다. 밴드의 리더인 트렌트 레즈너가 ‘소셜 네트워크’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나를 찾아줘’ 이후 또 한 번 동료 애티커스 로스와 함께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맡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포스트록 밴드 모과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르헨티나 영화음악가 구스타보 산타올랄라까지 힘을 보탠 ‘비포 더 플러드’(사진)의 소리 풍경은 해수면 상승처럼 느리고 평화롭지만 엄습하는 이미지를 조성한다.
마지막 장면과 함께 시작되는 주제곡 ‘A Minute to Breathe’에서 레즈너는 차오르며 목을 조여 오는 물의 이미지를 피아노에서 왼손의 움직임으로 표현해낸다. 먹먹한 목소리와 멜로디. 부표처럼 뇌리에 들러붙어 온종일 날 놓아주지 않는다.
‘우리는 평가될 것이다/우리가 무엇을 남기고 떠나느냐에 따라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