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법조계 등 75명 시국선언 “책임총리에 권한 이양해야… 하야는 더 큰 혼란 부를 것”
이각범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종교 및 정치계 원로 인사들로 구성된 ‘새로운 한국사회를 위한 국민운동’이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이양하는 거국중립내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경석 목사와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각범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 등 원로들로 구성된 ‘새로운 한국사회를 위한 국민운동’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75명의 원로를 대표해 모인 7명의 원로는 최순실 씨가 정부 인사나 정책 결정에 얼마나 깊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빠른 국정 정상화를 위해 ‘하야’보다는 ‘거국중립내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 문제를 에둘러 거론했는데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묘안은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거국중립내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통치력이 무너졌더라도 총리는 대통령이 고심해 직접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로들은 민심 수습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 검찰 수사와 거국중립내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는 “검찰 수사로 의혹이 밝혀진 다음에 거국중립내각을 추진하는 것은 국정을 더 어지럽히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사정당국을 총괄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계급장을 뗐기 때문에 특검(특별검사)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종교계와 정치권 원로들의 시국선언은 계속된다. 인명진 갈릴리교회 원로 목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원기 제17대 국회의장,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을 바라는 종교, 사회, 정치 원로들의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윤 전 장관은 “국정 정상화를 바라는 원로들이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