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가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할 때는 최대한 진솔하게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 가볍게 “그래, 그럼 가지 마”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엄마, 나 정말 힘들어. 걔가 어린이집만 가면 나를 때리는데, 선생님한테 얘기해도 소용이 없어”라고 할 때는 아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라도 보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는 “어린이집은 힘들어도 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네가 더 많이 힘든 것 같아. 네가 더 중요하지, 어린이집을 다니는 사람이 바로 너이기 때문에 중요한 거야. 그 친구가 너를 자꾸 때리면 선생님하고 엄마하고 의논을 해봐야 되겠어. 오늘은 좀 쉬어보고 다시 얘기해보자”라고 말해준다. 이렇게 대처하면 아이에게 나쁜 습관이 생기지 않는다. 떼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뭔가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며칠 쉬게 하는 것이 옳다.
아이에게 물어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가기 싫어한다면, 뭔가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이의 적응능력에 문제가 있든, 유아기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쫀쫀해서 아이가 버겁든, 또래와 무슨 일이 발생했든, 선생님과 힘든 일이 있든, 아이의 발달에 문제가 있든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아이가 좀 ‘참는 성향’이 있다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참는 아이들은 말을 잘 안 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주 물어봐 주어야 한다. 물어볼 때도 “너 힘들지?”가 아니라 “힘들 때도 있지 않니?”라고 물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그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아기관의 교사는 아이가 생애 처음 만나는 ‘권위자’이다. 이 일을 잘못 거치면 자칫 아이는 지나치게 반항적으로 될 수도 있다. 외부의 힘이 강하면 아이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하게 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이가 심하게 위축될 수도 있다. 사실 이 경우가 훨씬 많다. 자기주장도 잘 못하고, 유아기관만 갔다 오면 기운이 없다. 이러한 권위자에 대한 반응은 아이의 이후의 삶에도 내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할 때 “그래도 선생님이니까 말 잘 들어야지”라는 말은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 앞에서 선생님 흉을 봐서도 안 된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핵심을 가르친다. “엄마가 보기에는 선생님이 너한테 이런저런 것을 가르쳐 주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좀 잘 설명해 달라고 엄마가 얘기할게. 그렇지만 너도 이런 것들은 선생님이 지켰으면 하는 규칙이니까 지켰으면 해.” 이렇게 다뤄주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