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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양의지, 역대급 포수 반열에 다가서다

입력 | 2016-11-03 05:30:00

꽃이 된 남자 두산 양의지(왼쪽에서 3번째)가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KS 4차전이 끝나고 시리즈 MVP에 선정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날 8-1로 승리한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전승으로 KS 2연패에 성공했다. 마산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해태 장채근, 현대와 SK의 박경완, 삼성의 진갑용…. KBO리그를 평정한 ‘왕조’를 이룬 팀들은 당대 최고의 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 그 반열에 두산 포수 양의지(29)가 다가서고 있다. ‘두산 양의지’를 넘어 ‘양의지의 두산’이 돼가고 있다. 양의지의 기량과 관록이 정점으로 치닫던 2015년부터 최근 2년간 ‘두산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양의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두산 황금시대는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두산 양의지. 마산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왜 양의지인지’를 증명하는 KS

2015년 14경기의 격전 끝에 얻어낸 한국시리즈(KS) 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2016년 KBO 정규시즌 역대 최다승(93승), 그리고 2016년 KS까지, 양의지는 늘 한국야구의 중심에 있었다. 커리어가 쌓이며, 똑같은 사인이라도 양의지의 손가락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투수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포수를 믿고 던지는 공은, 더 힘이 실리는 법이다.

KS 3차전까지 두산 투수진은 NC 강타선을 상대로 29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았다. 두산 선발진의 강력함이 돋보이지만 그것을 극대화하는 조력자는 양의지다. 두산 김태형 감독조차 투수교체 타이밍을 잴 때, 양의지의 의견을 참고한다. 니퍼트(10월29일, KS 1차전 8이닝 116구)~장원준(10월30일, KS 2차전 8.2이닝 116구)~보우덴(11월1일 KS 3차전 7.2이닝 136구)을 길게 끌고 간 것이 결과가 좋았다. NC 타선의 노림수보다 양의지의 수읽기가 우위였다. 수더분한 외모와 달리 판을 읽는 감각이 탁월한, 곰의 탈을 쓴 여우다. KS 3차전에는 고비가 왔을 때 투수코치가 아니라 양의지가 두 차례 마운드에 올라가 흥분을 잘하는 보우덴을 진정시켰다. 포수 스스로의 판단으로 호흡을 끊고, 투수와 교감한 것이다. 두산 KS의 ‘설계자’가 양의지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타격능력까지 갖춰 활용성이 더 높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두산이 NC에 5-1로 승리하며 시리즈 2연승을 거둔 뒤 데일리 MVP를 수상한 양의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양의지는 평생 두산맨 예약

2016시즌을 마치면 두산 유격수 김재호, 마무리 이현승, 3루수 이원석 등이 프리에이전트(FA)로 나온다. 별 탈 없이 2017시즌이 끝나면 외야수 민병헌이 FA가 된다. 그리고 2018시즌 후 양의지가 FA로 풀릴 예정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두산이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양의지는 반드시 잡을 것”이라는 팀 내부의 구상을 전했다. 두산 프런트는 미래에 대해 선제적 포석이 빠른 팀이다. 핵심 전력이라도 팀의 세대교체를 고려해 과감하게 포기하는 선택도 피하지 않는다. 최준석(롯데),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김현수(볼티모어) 등이 두산을 떠나자 김재호, 오재일, 박건우, 김재환 등이 나타났다. 반면 외부 FA 선발 장원준, 2루수 오재원을 잡는 등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맥락에서 포수 양의지는 대체불가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의지가 건재하는 한, ‘두산 왕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마산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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