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8>원주중앙시장 이창훈-양승희 부부
지난달 28일 강원 원주시 원주중앙시장 2층에서 음식점 ‘꿈’과 수예점 ‘꼼’을 각각 운영하는 이창훈(왼쪽), 양승희 씨 부부가 각자의 점포 앞에서 업종을 상징하는 프라이팬과 쿠션을 들어 보였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중앙시장 2층. 영업을 준비하며 식기를 닦던 이창훈 ‘꿈’ 대표(34)는 가게 한쪽의 문을 가리키며 “다른 곳에는 없는 꿈과 꼼만의 특별한 문”이라고 소개했다. 문 너머에서 양승희 ‘꼼’ 대표(33·여)가 “처음에는 원단에 고기 냄새가 밸까 반대했지만 지금은 이 문이 없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꿈’을 운영하는 이 씨와 수예점 ‘꼼’을 운영하는 양 씨는 올해 결혼 6년 차 부부다.
○ 결혼날도 ‘기억하기 쉬운 날짜’로 정한 부부
부부가 창업을 결심한 건 지난해 3월. 이 씨가 6년간 다니던 외식업체를 그만두면서다. 고향인 원주에서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자 가족과 따로 살 것에 대한 걱정에다 평소 갖고 있던 ‘외식 사업’의 꿈을 펼칠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회사에서 근무하며 배운 창업, 외식업계 노하우도 있었다. 양 씨는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2012년과 지난해 두 딸을 낳으며 잠시 일에서 멀어져야 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디자인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며 “엄마가 이렇게 멋진 디자이너야”라고 전하고 싶었던 꿈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펼치길 바랐던 이 씨의 응원도 있었다.
○ 중요한 건 ‘공부’…“무작정 덤비면 필패(必敗)”
부부는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며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씨는 “다른 사람들의 창업 컨설팅을 해주긴 했지만 정작 내 것을 직접 하는 건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적은 초기 자본으로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창업을 준비하며 느낀 건 ‘공부’의 중요성이었다. 이 씨는 “자영업자 중 창업 2년을 넘기는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가 말하듯 ‘1억∼2억 원만 준비하면 되겠지’라며 뛰어드는 창업자가 많다”면서 “요식업을 하려면 하다못해 선배 음식점에서 설거지라도 하며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문난 혼밥집, 주문 한 달 치 쌓인 수예점
올 4월 함께 문을 연 이 씨의 ‘꿈’과 양 씨의 ‘꼼’은 원주에서 잘나가는 집이 됐다. 꿈은 1인 문화 확산에 힘입어 원주에서 유명한 혼밥집이다. 자리마다 갖춘 1인 화로에서 스테이크를 혼자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에 단골도 늘었다. 꼼 역시 앞치마, 식탁보는 물론 옷도 잘 만드는 양 씨의 실력 덕에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부부에게 가족은 가장 큰 응원군이다. 이 씨는 식재료가 부족하면 원주중앙시장 1층에서 반찬을 파는 장인과 장모께 도움을 받는다. 두 딸의 부모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도 양가 부모의 배려 덕분이었다. 원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고교 시절부터 서로 모든 걸 꿰뚫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온 ‘천생연분’으로서의 믿음도 컸다. 양 씨는 “멋있는 모습에 먼저 반했다”며 웃었다.
원주중앙시장에서 ‘꿈앤꼼’으로 불리는 이들은 조금씩 꿈을 키우고 있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이 씨는 외식사업을 확장하고, 양 씨는 과거 자신이 했던 가방 디자인을 손님에게 직접 가르쳐 만들어보게 하는 ‘가방 수공예 교실’을 여는 것이다. 양 씨는 “두 딸이 어린이집에서 쓸 소품을 직접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것’이라는 걸 알 때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성공했다기에는 일러요. 하지만 행복하답니다. 해피엔딩(happy ending)이 아닌 진행형(ing)으로서 지금을 즐기며 열심히 꿈앤꼼을 꾸릴 겁니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