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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혼밥집, 아내는 수예점… “꿈을 꼼꼼하게 키워요”

입력 | 2016-11-03 03:00:00

[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8>원주중앙시장 이창훈-양승희 부부




 

지난달 28일 강원 원주시 원주중앙시장 2층에서 음식점 ‘꿈’과 수예점 ‘꼼’을 각각 운영하는 이창훈(왼쪽), 양승희 씨 부부가 각자의 점포 앞에서 업종을 상징하는 프라이팬과 쿠션을 들어 보였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점과 수예점이 저 문으로 이어져 있다보니 고기를 드시던 손님들이 ‘저게 뭐예요’라고 신기해하며 물어보시곤 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우리 집’이라는 느낌이 든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 원주시 원주중앙시장 2층. 영업을 준비하며 식기를 닦던 이창훈 ‘꿈’ 대표(34)는 가게 한쪽의 문을 가리키며 “다른 곳에는 없는 꿈과 꼼만의 특별한 문”이라고 소개했다. 문 너머에서 양승희 ‘꼼’ 대표(33·여)가 “처음에는 원단에 고기 냄새가 밸까 반대했지만 지금은 이 문이 없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음식점 ‘꿈’을 운영하는 이 씨와 수예점 ‘꼼’을 운영하는 양 씨는 올해 결혼 6년 차 부부다.


○ 결혼날도 ‘기억하기 쉬운 날짜’로 정한 부부

 

이 씨와 양 씨는 10이 세 번 들어가는 날 결혼했다. 2010년 10월 10일이다. 양 씨는 “시간도 오전 10시에 맞추고 싶었지만 예식장의 가장 빠른 시간대가 11시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억지로 길일(吉日)에 맞추기보다 ‘가족끼리 기억하기 좋은 날짜로 고르자’는 취지다. 이 씨는 “실용성은 집안 내력”이라며 “창업 준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부부가 창업을 결심한 건 지난해 3월. 이 씨가 6년간 다니던 외식업체를 그만두면서다. 고향인 원주에서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자 가족과 따로 살 것에 대한 걱정에다 평소 갖고 있던 ‘외식 사업’의 꿈을 펼칠 생각으로 사표를 던졌다. 회사에서 근무하며 배운 창업, 외식업계 노하우도 있었다. 양 씨는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2012년과 지난해 두 딸을 낳으며 잠시 일에서 멀어져야 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디자인하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며 “엄마가 이렇게 멋진 디자이너야”라고 전하고 싶었던 꿈이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펼치길 바랐던 이 씨의 응원도 있었다.


○ 중요한 건 ‘공부’…“무작정 덤비면 필패(必敗)”

 부부는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며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씨는 “다른 사람들의 창업 컨설팅을 해주긴 했지만 정작 내 것을 직접 하는 건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적은 초기 자본으로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창업을 준비하며 느낀 건 ‘공부’의 중요성이었다. 이 씨는 “자영업자 중 창업 2년을 넘기는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가 말하듯 ‘1억∼2억 원만 준비하면 되겠지’라며 뛰어드는 창업자가 많다”면서 “요식업을 하려면 하다못해 선배 음식점에서 설거지라도 하며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명 준비도 철저했다. 먼저 꼼으로 이름을 정한 양 씨는 “어감이 귀엽고 프랑스어로 ‘함께(comme)’의 뜻이 있는 데다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바느질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 씨 덕에 쉽게 이름을 정한 이 씨도 “‘혼밥(혼자 식사하는 것)집’답게 ‘고기를 굽는다’의 의미가 있는 꿈이라는 단어에 끌렸다”며 웃었다.


○ 소문난 혼밥집, 주문 한 달 치 쌓인 수예점

 올 4월 함께 문을 연 이 씨의 ‘꿈’과 양 씨의 ‘꼼’은 원주에서 잘나가는 집이 됐다. 꿈은 1인 문화 확산에 힘입어 원주에서 유명한 혼밥집이다. 자리마다 갖춘 1인 화로에서 스테이크를 혼자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에 단골도 늘었다. 꼼 역시 앞치마, 식탁보는 물론 옷도 잘 만드는 양 씨의 실력 덕에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부부에게 가족은 가장 큰 응원군이다. 이 씨는 식재료가 부족하면 원주중앙시장 1층에서 반찬을 파는 장인과 장모께 도움을 받는다. 두 딸의 부모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도 양가 부모의 배려 덕분이었다. 원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이 고교 시절부터 서로 모든 걸 꿰뚫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온 ‘천생연분’으로서의 믿음도 컸다. 양 씨는 “멋있는 모습에 먼저 반했다”며 웃었다.

 원주중앙시장에서 ‘꿈앤꼼’으로 불리는 이들은 조금씩 꿈을 키우고 있다. 각자의 전공을 살려 이 씨는 외식사업을 확장하고, 양 씨는 과거 자신이 했던 가방 디자인을 손님에게 직접 가르쳐 만들어보게 하는 ‘가방 수공예 교실’을 여는 것이다. 양 씨는 “두 딸이 어린이집에서 쓸 소품을 직접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엄마가 만들어준 것’이라는 걸 알 때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30대 초반. 꿈앤꼼은 두 사람이 꿈을 꼼꼼하게 키우는 보금자리다. 언젠가 지원 없이도 자립해 꿈앤꼼을 꾸릴 부부의 모습은 당찼다.

 “아직 성공했다기에는 일러요. 하지만 행복하답니다. 해피엔딩(happy ending)이 아닌 진행형(ing)으로서 지금을 즐기며 열심히 꿈앤꼼을 꾸릴 겁니다.”

원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