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겐 4만5000원짜리 ‘감사의 떡’도 단속하면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넘어선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가 겹치면서 청탁금지법을 향한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 등 지도층이 음지에서 저지른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모습이 이 법으로 통제할 수 없는 ‘거악(巨惡)’을 잘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한탄이다.
○ “최순실은 청탁금지법 대상 아니냐”
이 같은 분위기는 최 씨의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경찰관에게 감사 사례로 4만5000원짜리 떡 준 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단속되면서 엄청난 비리 청탁을 한 최순실은 왜 수사조차 못 하고 있느냐”라는 항의 글부터 “윗물들은 바뀌지 않을 테고 아랫물은 삭막해져만 가고…” 등 세태를 한탄하는 글도 보였다.
최 씨가 지난달 30일 비밀리에 귀국한 것을 두고도 “신변 보호차 비밀 입국을 도와달라고 누군가에게 청탁한 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 청탁금지법을 최순실 사태에 적용해 본다면
이런 가운데 한 변호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최순실 사태가 벌어졌다면 어떤 처벌들이 적용될까’라는 주제로 일련의 의혹을 정리해 두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신설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재단법인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최 씨가 정부 공직자에게 청탁을 한 상황이라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가 이화여대 교수에게 딸의 학점 특혜를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 씨는 제3자(딸 정유라)를 위한 부정 청탁을 한 셈이며 청탁을 받은 사립대 교수 또한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탁금지법이 잘 뿌리 내리려면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원생 박모 씨(30·여)는 “법의 취지를 살리고 싶다면 권력자들의 부정행위부터 엄격히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교수는 “‘위부터 잘해라’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대통령이나 권력 실세 등 윗분들부터 잘 지켜줘야 우리 같은 일반인도 이 법에 더욱 공감하며 지켜 나가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최지연 lima@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