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더 키운 개각]정치권 반발 야권 대선주자 한목소리 비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광주대교구청에서 김희중 대주교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신임 국무총리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나 절차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남 나주시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퇴진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민심에 공감하지만 정치의 장에서 차선책이라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하야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해법이 무산된다면 ‘민심’에 따라 하야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중대 결심’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가능성은 낮지만 하야가 현실화될 경우까지 고려해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야권 내 대세론을 기반으로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문 전 대표로서는 박 대통령 퇴임 주장을 먼저 꺼내 보수층의 표적이 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요구해 왔던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며 “더이상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대표는 사석에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 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오늘부터 국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 퇴임이 현실화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하야 투쟁으로 나서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라며 “이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조차 접는다”고 했다. TK(대구경북) 민심을 고려해 하야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퇴진하라는 뜻을 비친 것이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거국내각 구성’을 재차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대통령이 시국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지사 역시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야당 지도자들과 협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대선 행보에 뛰어든 손 전 대표와 안 지사로서는 ‘두 달 후 대선’이라는 시나리오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