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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이재명이 뛰니 박원순도 뛴다

입력 | 2016-11-03 03:00:00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긴급성명을 내고 “식물 대통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비상시국회의에도 참여할 테니 야당도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이 지지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인터넷에서는 우세하다. “(대통령) 하야에 찬성한다고 해도 당신을 대통령으로 뽑지는 않을 것” “‘아스팔트 시민운동가’의 본색을 드러냈다” 같은 부정적 댓글이 많다.

 ▷“더 이상 뒤로 숨지 않겠다”(5월 광주) 발언 이후 대선 행보를 해온 박 시장의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로 야당 후보들이 약진한 와중에도 답보 상태다. 전면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았지만 스크린도어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경찰 살수차 소화전 사용을 불허해 공권력을 수호할 시장이 맞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공짜 등록금도 수혜자(서울시립대 학생)들로부터 거부당했다. 최근엔 측근 임종석 정무부시장까지 문재인 캠프로 가버려 이래저래 조급증이 날 만하다.

 ▷아마 박 시장이 이재명 성남시장 따라 배우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장은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박 시장을 제친 것은 물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지지율까지 위협하고 있다. 박 시장이 꺼내든 ‘청년수당’도 이 시장이 원조다. 어제 박 시장이 촛불시위 참여를 선언한 것도 지난 주말 이 시장이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에서 자극받은 것 아닐까. 수도 서울의 시장이 성남시장의 뒤를 한 발씩 쫓아가는 모습이 딱하다. 

 ▷각종 무상 시리즈를 주도한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은 바뀔 가능성이 높고 내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주말 집회에서 “상황(上皇) 순실이를 끼고 무당 가족에 통치를 맡긴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선동하더니 어제는 “주인(국민) 뺨을 올려붙인 것도 모자라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 대통령”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시장의 본분은 시정을 안정 속에서 이끄는 것이다. 국가 위기에 존재감을 키울 궁리만 하는 정치인들이야말로 ‘하야’했으면 좋겠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