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영화제 여는 김수정 대표 ‘영화 키즈’ 미련 남아 대학원 공부… 의미있는 영화 고민하다 뛰어들어
모든 영화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을 위해 화면 해설과 자막을 넣은 영화를 말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시사실에서 소녀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앉아 ‘캐논볼’이나 ‘사제출마’ 등 청룽(成龍) 영화를 주로 봤다. 공포영화의 고전인 ‘엑소시스트’도 이곳에서 처음 봤다. 자막도 없는 원본이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 부모님이 찾으러 올 때까지 시사실에서 공포에 달달 떨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 손 붙잡고 영화를 참 많이도 봤죠. 당시 영화를 보며 짜릿했던 기억은 많았지만 그때만 해도 영화판에서 밥 먹고 살 줄은 몰랐죠.”
“처음엔 대학원 안 가고 영화 특수효과 회사에서 일하려 했어요. 그런데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일하던 언니가 특수효과는 남자들이 하는 일이라며 반대했죠. 차라리 영화를 정식으로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에 들어갔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김 대표는 코아아트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트선재센터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주로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학우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일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선후배들과 ‘우리가 원하는 영화는 무엇일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나이가 들었을 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으면서 영화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고민했죠. 그러다 배리어프리 영화를 떠올렸어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노인이 건물을 편하게 이용하도록 계단이나 문턱 등 장애물을 최소화한다는 뜻으로, 주로 건축업계에서 쓰이는 말이다. 김 대표는 이를 영화에 도입하기로 했다. 영화의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거나 대사와 모든 소리 정보를 한글 자막으로 넣어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한 전용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