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檢이 파악한 최순실-안종범 혐의는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모금 지시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일 오후 1시 50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안 전 수석은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틀째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최 씨는 본인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 역시 2일 검찰 출석 전까지 최 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항변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롯데 등 대기업 관계자들과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이 최근 측근에게 “재단 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직거래한 것이다”라고 토로한 것에 비춰 볼 때 그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개입 정도를 자세히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최 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 박 대통령이 없다면 직권 남용이 이뤄지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성각 전 원장(58), 부원장, 임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의 측근인 송 씨는 차 씨의 입김 덕분에 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해 6월 차 씨 측근들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광고대행사 C사의 지분을 강제로 매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 확보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송 씨는 매도를 거부하는 C사에 ‘세무조사’를 운운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 씨와 송 씨에게 공동으로 협박해 회사를 빼앗으려 한 것에 대해 공동공갈미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범정부적으로 최 씨를 지원한 의혹의 실체를 온전히 밝히는 과정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씨와 그의 측근이 주도한 각종 사업에는 물적 지원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최 씨 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장악했더라도 예산이 없으면 관련 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 결국 예산권을 쥔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최 씨 관련 사업이 광범위하고 힘 있게 추진되기가 불가능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최 전 부총리는 안 전 수석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 라인’으로 분류되며, 본인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 경제정책까지 나올 정도로 현 정권의 실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