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벤 조브리스트(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시카고 컵스는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0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오랜 숙원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컵스는 또 한 번의 대대적 전력보강에 나섰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존 래키(38·2년 3200만달러)를 영입해 선발진을 보강했고, 최대어인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27·8년 1억8400만달러)까지 붙잡았다. 컵스의 FA 영입 리스트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유명한 벤 조브리스트(35·4년 5600만달러)도 있었다. 조브리스트는 무려 20개 팀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알짜배기’ 선수였다.
컵스가 영입한 FA 대어 중 연평균 액수로 가장 낮았던 조브리스트는 주 포지션인 2루수는 물론, 내야와 외야를 오가면서 자신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다. FA 이적 첫 해 중심타선에 포진돼 타율 0.272·18홈런·7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내외야 모두 소화가 가능한 조브리스트는 팀에 전략적으로 큰 효과를 안겼다.
무엇보다 조브리스트에겐 바로 1년 전, ‘우승 경험’이 있었다. 2006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한 조브리스트는 FA 자격 취득을 앞둔 2015시즌 오클랜드로 이적했고, 시즌 도중 캔자스시티로 트레이드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들이 트레이드 시장에서 ‘예비 FA’들을 데려오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선택된 조브리스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16경기에서 타율 0.303·2홈런·6타점으로 캔자스시티의 우승을 이끌었다.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였다.
캔자스시티 시절 벤 조브리스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젊은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컵스에 경험 많은 조브리스트는 꼭 필요했던 선수였다. 더군다나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정식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은 2006년 탬파베이에서 유망주 조브리스트를 발굴한 주인공이었다. 둘에겐 2008년 월드시리즈 준우승의 아픔이 있었다. 오랜 사제지간이었던 둘은 그렇게 ‘우승 청부사’로 컵스에서 재회했다.
조브리스트는 포스트시즌에선 내야가 아닌 외야수로 선발출장하며 2루수로 타격감이 좋았던 하비에르 바에즈의 활용도를 높이며 팀에 공헌했다. 포스트시즌 초반 부진하기도 했지만, 월드시리즈 7경기에서 타율 0.357(28타수 10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10안타는 팀 내 최다 안타였다.
무엇보다 6-6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우천 중단 이후 맞은 1사 1·2루 찬스에서 클리블랜드 4번째 투수 브라이언 쇼의 5구째 바깥쪽 컷패스트볼을 밀어쳐 적시 2루타를 날리며 컵스에 108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컵스 구단 최초 월드시리즈 MVP(1955년부터 수상) 역시 그의 몫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