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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옆 치킨집’ 막는다…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3개년 계획’ 발표

입력 | 2016-11-04 03:00:00

2018년까지 과밀지역 지정
신규진입땐 정책자금 등 지원 제한… 일각 “정부가 골목 창업 규제하나”
영세 온라인 판매 카드수수료 인하… 푸드트럭 영업 허가 장소 확대키로




《 목 좋은 곳에는 치킨집, 커피숍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같은 업종끼리 ‘출혈 경쟁’을 하고 건물주는 상권이 커질수록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리기 시작한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빚만 떠안은 채 ‘눈물의 폐업’을 하게 된다. 과당경쟁으로 상권이 공멸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18년부터 상권 과밀지역에서 창업을 하는 소상공인은 창업자금을 대출할 때 가산금리를 내야 하고 융자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

 

 주무 기관인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7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3개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자영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이지만, ‘규제 남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 과밀 상권에 창업하면 ‘페널티’

 정부의 3개년 계획은 ‘창업→성장→퇴출’로 이어지는 소상공인의 생애주기별 지원 정책으로 짜였다. 창업 단계에선 정확한 정보를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해 과당경쟁을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업체 수, 영업이익 추이 등을 따져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을 2018년까지 ‘소상공인 과밀지역’으로 지정한다. 이 상권에 창업을 하려는 소상공인에게는 창업자금 대출에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융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법으로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것을 억제하기로 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해당 상권에서 ‘과밀지역’ 선정을 놓고 반발할 수 있는 만큼 연구용역을 의뢰해 내년 중에 기준안을 만들겠다”며 “최종 선정을 놓고는 각 지자체와 면밀하게 논의해 확정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단계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혁신형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고품질의 제품·서비스와 혁신적 경영·마케팅 능력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을 2019년까지 5000여 명 선정해 3년간 정책 자금을 우대하고 정부 사업 지원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영세 온라인 판매점의 카드수수료를 오프라인 가맹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사회 안전망, 재도전 장치도 강화

 소상공인 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소자본 창업인 푸드트럭의 영업 허가 장소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연매출 2억 원 이하 음식점업 영세업자에 적용 중인 세액 공제 특례도 2018년까지 연장해 주기로 했다.

 소상공인의 잦은 폐업으로 연간 최대 30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사회 안전망과 재도전을 돕는 제도도 강화된다. 중기청은 소상공인포털에 ‘폐업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원활한 폐업을 돕고, 폐업 이후 임금근로자로 전환하고 싶은 이들을 매년 7500명씩 선정해 ‘희망리턴패키지’로 교육과 컨설팅, 정책자금 융자 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29%에 불과한 자영업종 ‘5년 생존율’을 내년부터 해마다 1%씩 올리겠다는 목표다.

○ “시장원리에 어긋나” 반발도

 하지만 이번 정책을 놓고 일부에선 소상공인들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과당경쟁 업종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라며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소상공인이 증가하는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 대책 등이 더 시급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과밀지역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소상공인은 “현재 중기청이 제공하고 있는 상권정보시스템은 민간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것만도 못하다”며 “유동인구와 미래 전망 등을 담은 상권정보를 제대로 분석해 ‘과밀지역’을 정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