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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경제]루이뷔통에 목매는 면세점들

입력 | 2016-11-04 03:00:00

현대百 “입점 확약” 보도자료에 다른 면세점업체들 즉각 반발… 확인결과 ‘협력 약속’ 밝혀져
한정된 매장 놓고 ‘의자뺏기’ 게임




김현수·산업부

 “루이뷔통이 입점을 확약했다.”

 1일 현대백화점그룹이 낸 보도자료에 써 있던 이 문구 때문에 면세점 업계가 떠들썩했습니다. 보도자료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연말에 신규 면세사업자로 선정되면 루이뷔통, 디오르 같은 명품 브랜드 면세상품 공급 대행업체인 부루벨코리아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면세점 업체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아직 사업자로 선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루이뷔통이 입점을 약속하진 않았을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급기야 2일 부루벨코리아는 영문으로 된 공문을 롯데면세점, HDC신라, 신세계DF 등 다른 면세점에 보냈습니다. 현대백화점 발표를 부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루벨코리아 측은 “브랜드 입점 여부는 해당 브랜드가 결정하는 것이어서 우리는 권한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자 현대백화점 측은 “부루벨코리아가 (루이뷔통을) 유치하도록 돕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는데 ‘입점 유치’로 부풀려 보도된 것 같다”며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루이뷔통을 둘러싼 면세점들 간 경쟁과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2차 면세점 전쟁 때에는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로 확정되면 루이뷔통, 샤넬 등을 포함한 460여 개 브랜드가 들어오겠다는 입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효력 논란이 거셌습니다.

 최고경영진까지 나서 “입점의향서는 진짜”라고 했지만 실제로 루이뷔통 등은 아직 두산에 입점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루이뷔통 입점에 면세업체들이 민감해하는 것은 명품 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국가별로 매장 수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빅3’를 모두 잡아야 진정한 면세점으로 대접을 받는 면세업체로서는 제한된 매장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의자 뺏기’ 게임인 셈입니다.

 그래서 올해 4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회장이 방한하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정유경 신세계 사장 등 오너들이 직접 면담에 나섰습니다. 결국 HDC신라와 신세계DF는 내년 상반기(1∼6월) 입점 약속을 받았습니다. 다른 신규 면세점은 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현수·산업부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