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 24일 대기업 총수급 17명이 참석한 청와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롯데, SK 등의 기업인 7명을 독대했다는 청와대 업무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매일경제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가타부타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보도 내용을 시인하는 대답이다.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을 만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달라고 요청하거나 애로를 듣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직거래했다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의 발언까지 나온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 질의에서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계획서를 보이면서 협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는 즉각 ‘관저’로 부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독대 기록이 처음 나온 만큼 이 자리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검찰은 밝혀내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없다’고 말했던 김현웅 법무부 장관도 어제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진상 규명에 필요하다면 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수사를 받으시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헌법 84조에 의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는 불가능하지만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이나 특검의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정경유착의 적폐를 이번에는 확실히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