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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식탈퇴 하려면 의회 표결절차 거쳐라” 英법원, 브렉시트 제동

입력 | 2016-11-04 03:00:00

‘50조 발동’ 차질… 英정부 “대법 상고”




 내년 3월 말 이전에 개시될 예정이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EU 회원국이 EU에서 공식 탈퇴하려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야 한다. EU는 브렉시트를 실행할 경우 이 50조부터 신속하게 발동하라고 영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국민투표를 거쳐 브렉시트 결정이 이뤄진 만큼 별도의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내년 3월 말 이전에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3일 영국 고등법원이 EU 탈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결하며 제동을 걸었다. 존 토머스 잉글랜드·웨일스 수석판사를 재판장으로 하는 고등법원 3인 재판부는 이날 “영국 헌법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은 의회가 주권을 지닌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의회 논의와 표결을 생략한 채) EU 탈퇴를 위해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을 다른 회원국들에 통보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의회에서 승인된 국민투표를 거쳐 EU 탈퇴 결정이 이뤄졌고 정부는 그 결과를 존중해 왔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은 이번 판결이 메이 총리에겐 큰 좌절이라며 그 첫 심리가 12월 초에나 열리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지난달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 대표 지나 밀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정부는 상고를 포기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원고 측은 행정부의 독자적 50조 발동은 1972년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할 때 의회 합의로 제정된 ‘유럽공동체법(ECA) 1972’에 의해 부여된 권리의 박탈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의회 승인 없이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이 법에 의해 보장된 내국민의 권리가 복원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메이 정부는 영국 군주로부터 위임받은 ‘왕실 특권’에 입각해 의회 승인 없이도 행정부의 독자적 국제조약 탈퇴가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영국은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찬성 52%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의회가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적지만 의회 논의와 표결로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으며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의회의 입김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CNN은 분석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의회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장악했지만 브렉시트 투표 전까지 EU 잔류 혹은 탈퇴에 관해 당론을 확정하지 못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해 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