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상에 포함됐던 이순신 장군은 4년 뒤인 1968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높이 7m의 동상으로 다시 등장했다. ‘애국선열 조상건립위원장’을 맡은 김종필 의장이 앞장섰고 자금은 박정희 대통령이 냈다. ‘일본이 가장 무서워하는 인물’을 고르라는 대통령의 지침이 선정 기준이었지만 조국 근대화에 온 국민이 매진하길 바라는 정권의 의도가 녹아들었다. 동상이 쥔 칼의 위치, 갑옷 등이 역사적 사실과 어긋난다는 시비는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좌상 뒤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울 때라고 주장한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현대 정주영 회장 동상도 추가하면 건국과 근대화의 위인들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출범해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는 운동에 나섰다. 탄생 100년이자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보급되는 2017년을 ‘박정희 바람’의 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