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어디로/4일 대통령 담화]김병준에 대폭 권한 위임 밝힐듯 ‘녹화사과’ 비판 의식 이번엔 생중계… 사과 진정성 없으면 여론 되레 악화 김병준, 야권인사 직접 만나 설득 계획… 野 “김병준 자질 무관하게 인준 거부” 장외투쟁도 시사… 압박수위 높여
○ “야당 요구 전폭 수용할 수도”
청와대 관계자는 “의혹에 대한 해명과 진솔한 사과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히고 총리를 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검찰 수사 수용과 총리에게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공식화하면 김 후보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야권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는 수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야권이 요구해온 현안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파격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을 여당이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여야 갈등의 ‘해결사’로 ‘개각 역풍’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은 마지막 카드로 꼽힌다. 여야 대표 회담 등을 통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제안한 뒤에도 야권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탈당 카드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김 후보자의 ‘2인 3각 경주’에 야권이 호응한다면 ‘하야 정국’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야권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자를 두고 “버리는 카드”라고도 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를 뻔히 알면서도 일부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해 ‘덜컥 개각’을 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 외에도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고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과 촛불집회는 야권의 투쟁 강도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회 규모가 지난 주말 수준(약 2만 명)을 뛰어넘으면 당 차원에서 하야 요구를 본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3일 민주당 의총에선 ‘단계적 대응 전략’이 논의됐다.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우선 요구한 뒤 박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하야 요구나 탄핵 등으로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우 원내대표가 “정부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밖에서 국민에게 직접 보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것도, 박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오기와 독선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성난 민심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단계적 대응론의 연장선상이다. 박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민 마음에 다가가느냐가 마지막 관건인 셈이다.
이재명 egija@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