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박선규의 실전 취업 특강 (1)
모 은행에서 직원을 뽑을 때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최종 면접에서 2명 중 1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사람은 남자, 다른 한 사람은 여자였다. 둘 다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나와 스펙이 좋고 면접 점수도 비슷했다.
그런데 면접관 중 한 사람이 “여성 지원자를 뽑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의 말로는 “여성지원자를 회사 앞 횡단보도에서 보았는데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도 큰 목소리로 허리를 굽혀가며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ㅇㅇㅇ 입니다’라고 인사 연습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반면 남자 지원자는 대기실에 있는 동안 마치 합격이라도 한 듯이 ‘나한테 물어봐’ 하는 식으로 지원자들 앞에서 잘난 척했다고 한다. 여자 지원자에게서는 입사의 열정이 느껴졌는데 남자 지원자에게서는 오만한 태도가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결국 여자 지원자가 합격했다.
최근 출연한 방송국에서 만난 어느 방송인의 얘기를 들어보아도 답은 보인다. 어느 방송사의 아나운서 면접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실기와 필기를 모두 통과한 여섯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채용되는데, 하나같이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나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이제 끝났으니 나가도 좋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후보자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나가는데, 그 중 한 명만이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제자리로 밀어 넣고 나갔다. 면접위원들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결국 그 지원자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사람이 긴장할 때 나오는 행동은 대개 습관처럼 늘 하던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었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독특한 면접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면접장에 올 때 정장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온 지원자들에게 면접관이 갈색 반바지를 건네면서 “여기 계신 분들 중 정장 바지를 벗고 제가 가져온 갈색 반바지를 입으실 분 안 계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지원자 대부분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정장을 벗고 갈색반바지로 갈아입는 지원자도 있었다. 물론 갈색 반바지를 입지 않는 사람들은 면접관이 정중한 인사와 함께 돌려보냈다.
왜 이렇게 황당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까? 사우스웨스트는 ‘재미’있는 사람을 뽑아 수익 창출을 꾀하려 했기에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재미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하게 이어지는 고객의 항의를 잠재우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이 회사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인 허브 켈러허는 ”당신이 훌륭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저희도 당신이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해왔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박선규 마이더스 HR 대표
박선규 마이더스 HR 대표 ceo@midashr.co.kr
*한국경제 생애설계센터 객원연구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다수 출연, 현재 YTN FM <당신의 전성기, 오늘> 출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