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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덴-에반스 반전 이끈 두산의 팀 문화

입력 | 2016-11-05 05:30:00

두산 보우덴-에반스(오른쪽). 스포츠동아DB


두산의 새 외국인선수 마이클 보우덴과 닉 에반스는 일본 미야자키 캠프 때만 해도 애물단지였다. 일본팀과 평가전을 치를수록 ‘잘못 뽑았다’는 당혹감을 안겨줬다. 보우덴은 투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밋밋한 투수처럼 보였고, 에반스는 아예 공을 방망이에 맞추지도 못했다. 1루 수비도 엉망이었다. 평생 야구밥을 먹고 살아온 현장 야구인과 전문가들은 폼만 보고, 그 선수의 미래를 예측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의 기준에서 스프링캠프의 보우덴과 에반스는 비관적이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두산 내부적으로도 ‘큰일 났다’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외국인선수가 못해도 괜찮다’는 정서가 그 무렵부터 두산 안에는 있었다. ‘외국인선수 1~2명이 못한다고 전년도 챔피언 팀이 가을야구를 못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무언의 자신감이 감독, 코치, 선수, 프런트 사이에 있었다.

실제 두산은 사실상 포스트시즌만 던진 더스틴 니퍼트 1명만의 조력만 얻고도 2015년 한국시리즈(KS) 왕좌에 올랐다. 김현수(볼티모어) 등이 빠져나가 더 전력변동성이 커졌지만 4강 이상의 성적은 외국인선수 지원 없이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김태형 감독은 굳이 감추지 않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보우덴과 에반스는 알짜 이상의 대어였다. 외국인농사의 대풍년 속에 두산은 무난히 2016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보우덴과 에반스가 두산 아닌 다른 팀에 있었더라면 이 정도의 반전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KBO 구단들 중 상당수는 외국인선수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많은 돈을 들였으니 당연히 아주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대치가 높으니 단기성과가 안 나면 조급해진다. 낯선 환경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끼면 선수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도 사람인 이상, 실력은 좋지만 멘탈이 약할 수도 있다. 그 기량이 꽃 필 때까지,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나머지 구성원들의 몫일 수 있다. 성공 외국인선수는 좋은 팀 문화가 만든다. 니퍼트가 최고의 외국인투수를 넘어 두산의 정신적 지주처럼 자리매김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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