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두산의 안방은 양의지(29)라는 국가대표 포수가 굳게 지켰다. 양의지는 KS 4경기 동안 타율 0.438, 1홈런, 4타점 맹타는 물론 투수 리드에선 쉬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38이닝 2실점이라는 철벽야구를 해내며 생애 첫 KS MVP에도 올랐다.
이러한 수준급 안방마님을 KS 내내 유심히 지켜봤던 곳은 NC 덕아웃만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두 후배, 박세혁(26)과 최재훈(27) 역시 양의지의 몸짓 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KS를 통해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박세혁과 최재훈은 출생연도에선 최재훈이 1년 앞서지만, 1990년 1월생인 박세혁이 학교에 일찍 들어가 동갑내기 친구로 통한다. 입단연도는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한 최재훈이 대졸 박세혁에게 4년 앞선다.
두산 박세혁-최재훈(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양의지의 백업으로 안방을 지킨 박세혁은 선배의 결단력에 감탄했다. 그는 “(양)의지 형이 긴장된 상황에서도 떨지 않고 자신만의 사인을 스스로 결정하는 모습에서 또 하나를 배웠다”며 “그리고 순간순간 빛나는 임기응변 역시 정말 뛰어나다”고 말했다. 양의지의 볼 배합과 재치에 놀란 모습이었다.
최재훈은 양의지가 투수에게 주는 신뢰감을 닮고 싶어 하는 후배다. 그는 “의지 형이 마스크를 쓰면 투수들이 포수를 의지하면 던진다”면서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능력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볼 배합 분석도 좋지만 선배의 제스처 하나에 집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둘은 양의지의 맹활약 속에 KS에서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이번 KS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둘의 시선은 벌써 내년과 내후년으로 향해있다. 선배에게 배운 점을 바탕으로 다음 가을야구에선 제몫을 다하고 싶은 마음은 둘 모두에게 공통적이다. KS 기간 덕아웃에서 둘이 나란히 붙어 앉아 느낀 점을 공유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