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길의 인문학/김재성 지음/632쪽·3만2000원/글항아리
책은 평생 길을 만들어온 엔지니어가 쓴 ‘길의 인문학’이다. 생각, 자아, 사람, 미지, 터널, 다리 등을 키워드로 삼아 길과 관련한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 토목공학 전문가인 저자는 “수만 km의 지하 수로는 자연에 대한 도전이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며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이슬람 문명이 발전한 데에는 사막을 옥토로 바꾼 카나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산(雪山) 아래 사막 한가운데 카나트를 활용해 일군 농경지가 부채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위성사진을 함께 싣는 등 풍부한 사진과 도판이 이해를 돕는다.
“미로가 길의 부재가 아니라 과잉을 의미한다면 도서관은 미로임에 틀림없다. (…) 그 길은 기꺼이 빠져들어 길을 잃고 싶은 미로이기 때문이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