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파퀴아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돌아온 ‘복싱 전설’이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팬들 앞에 다시 섰다.
복싱 챔피언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가 자신의 은퇴선언을 번복하고 사각링 위에 복귀했다. 파퀴아오는 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토머스&맥센터에서 열린 WBO웰터급매치 챔피언 제스 바르가스(27·미국)와 대결에서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파퀴아오의 경기는 4월 은퇴 선언 이후 약 7개월 만에 열린 복귀전이었다. 그는 현역시절 58승(38KO)2무6패라는 성적과 8체급 석권이라는 영광을 뒤로한 채 은퇴 이후 정계에 매진했다. 2010년부터 6년간 필리핀 하원의원으로 활동했던 파퀴아오는 2016년 6월 상원의원에 올라 필리핀의 ‘국민 영웅’ 대접을 만끽했다.
그러나 평생을 뛴 사각링을 쉽게 떠날 수는 없었다. 본인의 열정은 물론 거액의 대전료는 파퀴아오를 다시 링 위로 불러들였고, 그는 글러브를 다시 두 손에 맸다.
파퀴아오는 이날 자신보다 11살 어린 바르가스를 상대로 지치지 않는 체력과 녹슬지 않는 실력을 동시에 과시했다. 2라운드에서 바르가스에게 주무기인 왼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상대를 주저앉힌데 이어 3라운드에서도 연신 유효타를 날렸다.
바르가스도 반격에 나섰다. 5라운드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이은 안면 공격으로 승부를 박빙으로 몰아갔다. 8라운드에선 둘이 부딪혀 바르가스의 이마에 출혈이 발생하는 혈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승부는 후반에서 갈렸다. 파퀴아오는 10라운드 이후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바르가스를 몰아붙였고, 연속 펀치로 승기를 잡았다.
결국 심판진은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돌아온 전설의 손을 들어줬다. 파퀴아오는 챔피언에 오른 직후 잠시 주저앉아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상원의원 신분인 파퀴아오는 앞으로도 의회 회기를 피해 연 1~2회 정도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