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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빈자리, 일본차 들어왔다

입력 | 2016-11-07 03:00:00

10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 폴크스바겐 30대 vs 렉서스 1134대




 배출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과 인증서류 조작으로 폴크스바겐의 한국시장 판매량이 약 반년 사이에 100분의 1이 넘게 급감하고 그 빈자리는 일본차가 차지해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 ‘일본차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폴크스바겐의 신규등록은 고작 30대다. 올 3월만 해도 폴크스바겐은 한국에서 한 달에 3663대를 팔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환경부의 조사와 대규모 인증 취소 및 판매 금지, 여론 악화, 소비자의 외면이 이어지면서 7개월 만에 월 판매량이 약 12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는 협회에 등록된 23개 수입차 브랜드 중 20위다. 21위는 평균 가격대 4억∼7억 원대의 초고가 브랜드인 롤스로이스(3대)다. 역시 초고가 브랜드인 벤틀리와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판매량이 0대였다. 사실상 일반 수입차 시장에서는 폴크스바겐이 꼴찌인 셈이다. 디젤게이트와 인증서류 조작 이후 폴크스바겐은 한국에서 추락을 거듭하면서 브랜드 가치도 폭락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차는 눈부시게 판매 대수를 늘려 가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 혼다, 도요타의 한국시장 월 판매량은 올 초만 해도 폴크스바겐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1월 한 달 폴크스바겐은 1660대를 팔았지만 렉서스는 577대, 혼다는 406대, 도요타는 275대에 불과했다. 일본 3개 브랜드의 판매량을 모두 합쳐도 폴크스바겐의 75%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지난달 판매량은 렉서스 1134대, 혼다 917대, 도요타 899대로 이를 합치면 폴크스바겐 판매량(30대)의 98배를 넘는다. 렉서스 ES300h와 혼다 어코드2.4는 지난달 국내 베스트셀링 수입차 6위(598대)와 7위(561대)에도 올랐다.

 유럽 브랜드의 한국 시장 성적은 엇갈렸다. 독일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10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2.4%, 71.6%씩 늘어난 반면 영국 랜드로버는 6.5%, 프랑스 푸조는 71.6%, 독일 포르셰는 23.9%씩 줄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일본차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수입차를 구매하려 마음을 먹었던 수요층은 기본적으로 브랜드와 이미지를 중시해 국산차로 쉽게 넘어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독일 브랜드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일본차의 내구성이나 품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내년에도 한국 자동차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연구소는 6일 ‘2017년 한국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 수요를 총 176만 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시장 총 판매실적은 184만 대였다. 올해는 아직 두 달이 남았지만 약 180만3000대 정도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의 전망치에 따르면 2년 연속 수요가 줄어드는 셈이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