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10월 인수 ‘비브랩스’ CEO 만나 AI 기술 방향 등 논의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가 지난달 인수한 미국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인 ‘비브랩스’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애덤 체이어 CTO, 다그 키틀로스 CEO,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삼성전자 제공
키틀로스 CEO는 애플 ‘아이폰’의 음성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 개발자다.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러브콜을 받아 애플에서 일하다 4년 만인 2011년 핵심 개발자들과 함께 애플을 떠나 이듬해 비브랩스를 창업했다. 이후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차세대 개방형 AI 플랫폼을 개발했다.
○ 방향 드러내는 ‘이재용호’
이 부회장은 “앞서 인수한 ‘루프페이’와 ‘스마트싱스’를 통해 시너지를 낸 것처럼 비브랩스 AI 솔루션을 통해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해야 한다”며 “비브랩스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통합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인수한 업체 경영진과의 사업 논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은둔의 경영’을 해오던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 자신의 색을 드러내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말하는 대로 되는 세상
이날 오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비브랩스 경영진은 AI 플랫폼의 큰 방향에 대해 “이전처럼 사람이 디바이스에 맞추는 게 아닌, 디바이스가 사람에게 맞추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실제 사람이 생각하고, 사람이 세상과 소통하는 것과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외부 개발자들도 자유롭게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나 TV에 대고 ‘페퍼로니 피자 한 판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역시 AI 비서가 알아서 주문해 준다. 이날 비브랩스가 “정말 수많은 기업들과 콘텐츠 제공자들의 손을 뿌리치고 삼성전자와 손잡았다”고 밝힌 이유 역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TV 등 가전제품 풀라인업을 가진 세계 최대 전자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S-보이스’ 등 스마트폰 음성인식 서비스를 운영해 온 삼성전자는 최근 3, 4년간 대화형 음성인식 기술에 적극 투자해 왔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사용자들의 음성 데이터가 많이 축적된 덕에 현재 ‘인간 수준(human-level)’의 정확도를 확보했다”며 “다만 더 다양한 언어로, 단순 문장이 아닌 대화의 맥락까지 알아들을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